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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심리학개론 ㅣ 만화로 만나는 한학기 교과서
임현규 지음, 이주신 그림, 김청택 감수, 월붓 구성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교과서가 만화면 좋겠단 생각은 생각일 뿐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도 않은 듯하다. 대학 교양 과목으로 심리학개론 수업을 들으며 짐작과 달라서 놀라고 무척 지루했던 기억이 난다. 심리학을 배워서는 남의 심리는 고사하고 내 자신의 심리를 설명할 방법도 찾기 어렵겠다는 인상만 남았다.
그 이후로 특정 주제를 다루는 심리학 관련서들은 가끔 보았지만, 개론서를 다시 읽어 보는 건 처음이다. 그동안 발견하고 바뀌고 추가되고 좀 더 선명하게 정리된 이론들이 새롭고 뜻밖에 흥미롭다.
철학과 심리학이 대답해줄 지도 모른단 기대를 했던 질문들은 답을 얻지 못하고 일부는 잊어버리고 일부는 의미가 없어진 채로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대답은 다른 영역의 연구에서 제공되기도 했고 그렇게 심리학은 점차 효용을 잃어갔다.
그러다 뒤늦게 현장에서 오랜 임상 경험을 한 의사의 심리학서를 읽고 내가 판단하고 선별한 기준 자체가 상당히 협소했다는 생각을 했다. 무오류 무결점의 이론과 주장이 어디 있으며, 연구 분야에 사람들이 남아 계속하는 한, 시대에 상응하는 효용은 새로 생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전공자들이 배우는 텍스트를 ‘만만한’ 만화의 형식으로 읽어 보는 일이 즐겁다. 그렇다고 텍스트가 적지는 않다. 기본적 개념 설명과 분류부터 최신 기법과 검사까지 총망라하는 책이다. 가이드하는 캐릭터가 김만능 ‘교수’라 한 학기 분량의 수업인 듯도 하다. 차근차근 열심히 공부하면 분명 개론서를 배운 학습 효과는 확실할 것이다.
그러니까... 내용까지 만만하기만 한 책은 아니다. 250쪽이라는 분량을 생각하면 엄청 공을 많이 들여 선별하고 채워 넣은 체계적인 좋은 책이다. 학문으로서의 심리학의 다양성과 깊이 모두를 느끼게 해준다.
나는 심리학의 여러 분야들 중 가장 관심이 있는 분야들 - 지각심리학, 인지심리학 사회심리학 - 과, 심리학이 사회에 제공하는 유의미하고 반가운 메시지들을 즐겁게 읽었다. 교과서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듯 각 분야의 설명이 끝나면 문제들이 제공된다. 바로 직전에 읽었는데 성적은 만족스러울 정도로 좋지는 않았다. 세월무상......
흥미 본위의 단편적인 심리학 내용들은 미진하고 그렇다고 학술서를 읽기는 지나치게 도전적이라고 생각되는 독자에게 접근성도 가독성도 유용성도 모두 좋은 책이다. 일독을 한 뒤에도 나는 여전히 대답하지 못하는 질문들이 더 많지만, 학습자에 따라서 효과의 폭은 다를 것이다.
결심을 다지고 잘 참아가며 버티는 일상에서 가장 지치는 기분이 자주 드는 목요일이다. 읽지 않은 만화가 있어서 즐거웠고, 심리학이라 덕분에 들끓던 생각도 기분도 점차 가라앉았다. 부디 읽고 배우고 알게 된 것이 일상과 존재의 변화들을 마중하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