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언제나 돌아와
아가타 투신스카 지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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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화자는 아이 같습니다언제나 돌아와야 하는 엄마의 존재도그렇게 믿고 기다리는 아이의 존재도 내용을 읽기 전부터 절박하게 느껴집니다.

 

저자는 폴란드의 유대인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이며 연극인이기도 합니다어머니께서 게토의 생존자입니다가족과 자신으로부터 거리감이 멀지 않은 이야기일 것입니다.

 

세계사에 대한 지식이 얕은 저라도 아픈 역사에 대해서는 즉각 감지할 수 있습니다그 짐작이 틀리지 않아서 마음이 묵직해질 때마다 읽기를 멈춰야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세 살이던 어린 조시아를 만나 이야기를 보고 듣습니다. ‘세계 대전’ 속 살상의 표적인 된 입장에서 아이를 어떻게 보호하고 길러야 하는 걸까요.

 

엄마는 겁이 많고 시시한 결정만 하는 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단단한 태도로 아이를 숨기고 먹이고 교육을 합니다.

 

포탄이 터지고 매일 인명이 살상되지만자수와 놀이를 가르쳐 주는 장면에서 어떤 결심보다 더 굳건한 삶의 의지를 느낍니다특이한 띠지의 무늬가 내용을 알고 나니 달리 보입니다.

 

그 모든 걸 아이와 함께 숨어 있어서는 조달할 수 없어서그리고 엄마는 놀랍게도 나치로부터 다른 아이들을 살리는 일을 하는 용감한 사람이라 아이 곁을 떠났다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제목은 엄마가 매번 아이에게 들려주고 스스로 다짐한 내용입니다그리고 조시아가 엄마가 없는 시간유일한 벗이자 딸인 인형 주시아에게 들려주는 말입니다.

 

겁내지 마.” (...) 엄마는 언제나 돌아와엄마는 딸에게 언제나 돌아와절대로 자기 딸을 혼자 두지 않아엄마는 돌아와돌아온다고.

 

지하실에 숨어서야 생존할 수 있었던 아이... 어둠 속에서 생명이 자라도록 만든 시대의 어둠이 깊고 진합니다.

 

저자는 다양한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들었고조시아의 이야기는 어린이의 경험과 언어로 들어서 더 깊이 울린’ 이야기라고 합니다원작이라면 작가가 일부러 정돈하지 않고 그대로 옮긴 고국의 언어가 조금 미숙한 느낌을 더 잘 알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독백처럼 차분히 흐르는 이야기들과 어둡지만 푸른 희망 조각과 장미꽃들을 잃어버리지 않은 시간을 읽고 봅니다.

 

엄마의 냄새를 맡고 나서야엄마와 전혀 닮지는 않았어도 우리 엄마라는 것을 깨달았다. (...) 나는 엄마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우리 엄마 냄새가 맞았고우리 엄마처럼 말했다. (...) 엄마는 같이 가자고이제는 다시는 혼자 남겨 놓지 않겠다고오래 설명했다.”

 

사랑이 가득했지만 아이라고 거대한 공포를 느낀 적이 없었을 리 없지요그토록 외로운 공간에서다른 책들의 멋진 일러스트에 감탄할 줄만 알다가 부드러운 어둠으로 놀라지 않게 다독이는 일도 가능하다는 것을 배웁니다.

 

사랑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말의 힘에 대해 믿게 하는 이야기.” 아가카 투신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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