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 양자역학, 창발하는 우주, 생명, 의미
박권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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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에 정해진 구체적인 혹은 권장되는 내용이 있을까나는 교양이란 생각하는 방식이라고 믿는다과학에서 대해서도 과학과 과학서의 대중적 필요와 역할은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이라고 믿는다필요한 사안에는 사실적 근거를 가지고 주장하는 태도가 상식이 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얼마나 될까.

 

대중적 호감을 얻지 못한 대표적인 학문들 중 하나가 물리학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대중과학서들은 적지 않게 출간되고 심지어 스타물리학자저자나 강사들도 많다부분적으로는 SF 장르로 구분되는 문학과 영화에 힘입은 바도 있을 것이다 - 엄청 좋아하는 <블레이드 러너>의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언급되어 행복!

 

아주 재밌고 기발한 과학적 사실들에 방점을 둔 책들도 있고교재에 가까운 학구적이고 충실한 내용들로 채워진이 책에서처럼 수식을 사용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은 부류도 있다더구나 아무도 전부 이해하지 못했다는 양자역학을 다루는 책들도 다수 출간된다.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도 있고 도대체 무슨 의도냐고 화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1980년대에 이미 양자역학서로 인기를 얻은 리처드 파인만의 저서들에 대해서도 대체로 이 이런 반응들을 보여 왔다저자 자신도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왜냐하면 나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기까지 읽으면 자신도 모른다면서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를 연구하고 강의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책으로 쓰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이며 왜 이런 이상한 짓을 하는지 더 혼란스러울 지도 모른다저자가 밝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그러니까 여러분도 자연 자체가 터무니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이다.”

 

자연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자연과학여기서는 양자역학이 기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그 대상인 자연이 그렇기 때문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내용 두 가지만 봐도 얼마나 혼란스러운 사실인지 대략 느낌이 온다.

 

관측에 따라 결과가 바뀐다.

 

관측할 때마다 바뀐다관측자가 개입하지 않은 독립된 실재란 존재하지 않는다(논쟁 중).

 

위치와 운동량을 어느 정도 이상으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

 

이 대목에서 물리학을 배우던 나는 이런 것도 과학이야하고 혼란에 빠졌고더 이전 아인슈타인은 일갈을 던졌다. “자연은(신은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

 

이 책의 구성은 파동원자물질시간존재의 7개로 나뉘어 있고각각을 설명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물리법칙들과 수식들이 포함되어 있다물리학적인 비유 역시 주저함이 없이 사용된다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열역학제2법칙 등을 수식으로 보는 것이 고통스러운 분들은 미리 마음을 다잡으시기 바란다.

 

읽으면서 이해는 하지만 심정적으로 불편한 제목은 정확히 어떤 함의로 사용되었는지 궁금했고그 이유를 찾고 싶었다지식과 문해력이 약한 탓이 크지만자연 상태나 양자역학처럼 익숙하고도 새로운당연하고도 뜻밖인사실과 논의들이 복기되기도 하고 새롭게 의문스럽기도 하다. 무척 재밌었다.

 

관찰자의 개입 여부와 관계없이 실재하는 외부의 객관세계는 존재하는가,

우리가 모를 뿐 세상 만물의 만사는 이미 결정된 것인가,

인간이 가졌다고 믿는 혹은 믿고 싶은 자유의지는 존재할 시공간이 여지가 있는 것인가.

가능성이 있다면 우연의 개입 여지가 있다면...

인간으로서 나는 결정적인 순간에 기꺼이 개입할 것인가,

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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