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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이는 자 - 합본 개정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20년 2월
평점 :
출간이 2011년이니 10년 만에 읽어본다. 믿을 수 없는 실화, 데뷔작, 유일무이 절대악 그리고 수많은 감탄들이 붙은 작품이라 기대가 높았다.
범죄학자이자 행동과학 전문가인 유럽 스릴러의 제왕이라 불리는 저자의 현실 능력과 이력도 무척 흥미로웠다. 논문을 작성하다 대상 인물과 관련 사건에 흥미를 느껴 소설까지.
600쪽이 넘지만 44장으로 구성되어 사건 보고서 44개를 넘겨보듯 읽게 되는 기분이었다. 사건의 내용도 끔찍한데, 수사자문위원과도 같은 저자의 식견으로 현실감은 최상이다.
“연쇄살인범들은 피해자를 살해할 때마다 개인적인 ‘의식’을 반복합니다. 범행을 거듭하면서 점점 완벽의 단계로 진화하긴 하지만 주요 노선에는 큰 변화가 거의 없는 편입니다. 그게 바로 개인적인 표식, 서명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그런 의식은 특별한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자신들의 생활공간에서 납치된 5명의 어린 여아들, 6개의 왼쪽 팔, 연쇄살인이나 동일범이 아니다?! 잠재의식과 선악과 인간의 내면에 대해 섬뜩하게 고민하고 두려워하고 부정하며 읽게 되나 멈출 수는 없다. 끝을 모르던 거듭 악몽에 시달리게 된다.
“어둠 속에서 노래하는 수천 마리의 새들, 뭔지도 모를 불빛의 주변에서 어쩔 수 없이 울어야 하는 새들. 우리는 그 새들을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수천 마리의 새들은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무엇일까? (...) 이런 착시현상을 만들어내는 인간들은 조심해야 합니다. 간혹, 악은 가장 단순한 형태로 가장해 우리를 기만할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 잠재의식 속의 연쇄살인범subliminal killer : 인간 내면의 악의
“모든 살인자들에겐 ‘그림’이라는 게 있다. 만족감과 자부심을 극대화 시키는 치밀한 형식의 그림. 가장 어려운 것은 그들이 그려놓은 그림을 이해하는 일이다. (...) 설명이 불가능한 악이라는 것을 과학이라는 개념의 틀 속으로 밀어 넣어달라고.”
한파에 읽기에는 아주 서늘하게 한기가 도는 작품이다. 직접 사건에 참여한 저자의 작품이라 디테일과 사실적 묘사는 사진급이다. 스릴과 긴장은 말할 것도 없고 반전에 놀라 딸꾹질이 날 뻔. 인간은 최악으로도 계속 진화하는 중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