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부 ㅣ 밥북 기획시선 30
나호열 지음 / 밥북 / 2021년 12월
평점 :
안부(安否)... 무슨 증상인지는 모르겠지만 간혹 익숙한 단어가 생뚱맞도록 낯설어지는 일들이 있다. 한자가 이랬나... 한참을 의심(?)하다 정신을 차려본다. 한반도 상공의 영하 30도의 한랭한 대기 탓을 해본다. 모두의 안부를 묻고 싶은 추운 날이다.
과음을 하는 일은 거의 없는데, 입에 달던 와인이 두통을 남겼다. 확실한 건 아니다. 두통의 이유는 모든 다른 것일 수도 있다. 세 시집이 있다는 건 지금은 특히 반가운 위로다.
무기가 무기 아닌 다른 모든 것이 되는 세상...을 꿈꾼 이들은 많았고 지금도 많다. 바라고 바라는 일은 중요하다. 그 모든 것들만이 현실을 바꾸는 시작이자 동력이다. 포탄으로 만들어진 종이 울리면 어떤 울음소리가 들릴까. 기나긴 애도의 아름다운 떨림과 울림이었으면.
개망초란 이름을 들을 때마다 인간이 참 고약하다는 생각을 한다. 꽃에게 풀에게 자연에게 이런 이름을 붙이다니. 눈부시던 샤스타데이지가 생각난다. 늘 쨍하게 기운있던 모습에 여러번 위로를 받았다.
‘토마스가’ 의 토마스도 ‘토마스에게’의 토마스도 누군지 모르지만 제목연작인 시들을 재밌게 읽었다. 한줄 시, 단시에 담을 건 다 담으셨네.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라는데 시작을 이토록 두려워하는 버릇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종교의 세상에 존재하는 극락과 천국에 끌리지 않았던 이유는 어떤 세상인지 도무지 모르겠어서이다. 모르는 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한 불가능하다. 끓어 넘치는 소유욕도 없고 얼어 죽을 가난도 없는 천국의 섬은 무척 마음에 든다.
https://blog.naver.com/kiyukk/222604840902
이 시는 잠시(暫時) 잠간(暫間) 입을 다물게 하고 생각을 멈추게 하네. 좋다.
철없을 때는 의례적인 안부가 빈 말 같아서 도리어 불쾌했다. 정말로 대답이 궁금한 게 아니라면 묻지 말라고 못된 말을 한 적도 있다. 이제 가능한 자주 안부를 묻고 살려고 한다. 마음을 담아서 그거라도.
틈(闖) 이 단어도 오늘 참 낯설다. 말이 문을 빼꼼 열고 나오는 모양. 가축(家畜)이란 단어에 남은 생활상처럼 예전에 집 안에 때론 집 가운데 반려동물의 거처가 있기도 했다. 소도 돼지도 말도 그 시절엔 부위별로 불리는 수모는 안 당하고 살았겠지.
다정한 시들이다. 생각할 거리들, 모르던 풍경을 주면서도 괴롭지 않게 읽어볼 수 있었다. 시인의 시어들처럼 머리가 가벼워지길, 생각이 단정해지길, 놓고 정리할 무게들을 덜어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