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니 요즘 세상에 누가 - 다양한 선택을 존중하며 더불어 혼자 사는 비혼의 세상
곽민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2월
평점 :
초판 2000부를 모두 사인한 작가. 내가 받은 책의 번호는 #124이다. 정확히 2배수로 늘어나는 숫자가 무척 마음에 든다. ‘내가 나를 책임지고 사는 삶’ ‘고온의 사랑’ 모두 쉽지 않은 이야기다. ‘홀로, 함께!’ Alone, together!
나는 들어본 적 없지만 명성이 자자한 팟캐스트로 시작해서 출간에 이르렀다. 저자 스스로도 결혼 생각이 없다는 이야기가 주목을 이토록 받은 점이 한국 사회가 얼마나 결혼에 진심인가를 반증한다고 한다.
굳이 작가의 개인정보나 사생활이 궁금하지도 찾지도 않지만, ‘요즘 세상’이란 구절이 자주 나와서 잠시 짐작해보자니 - 순전히 짐작 - 90년대생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21세기가 되고 나서도 끊임없이 ‘그래도 결혼은 해야지’가 돌림노래였다는 것이다. 진짜가 아니었음 좋으련만 몰라서 미안! 내가 안 듣고 내가 안 하는 말은 남들도 안 하는 줄 알고 사는 우물 안 개구리가 대체로 나다.
말하듯 쓰는 글이란 이런 것인가 보다. 말은 호흡으로 인해 대체로 문장이 짧고 음성으로 지나가는 전달방식이라 더 선명해야한다. 깔끔하게 엄청 잘 읽히는 유쾌하고 솔직하고 깊이 있는 시선이 아주 기분이 좋다. 감탄과 기록이 너무 많아질 듯한 점이 유일한 걱정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서로에게 무례하지 않는 길은 우리가 얼마나 다채로운지를 계속해서 확인하고 조심하는 길뿐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 내 기준에서의 정상은 내가 규정한 정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글로 쓰는 일, 결국 자신의 세계를 말하는 일은 우리가 서로에게 실수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기회를 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자신이 누구인지 자꾸 말해주면 좋겠다. 내가 나대로 살아도 괜찮다고 느끼려면 내가 정상이라고 느끼는 범주에 포함되는 일보다는 세상에는 수억 개의 존재가 수억 개의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걸 아는 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아주 오래전 배웠는데 깜빡 잊고 산다. 누군가를 설득하고 싶으면 대척에 있는 이론과 존재를 부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지를 보여주면 된다고.
다 지난 일이라 말을 보태자면, 당시엔 분명 저자의 마음이 파사삭 부서졌겠지만 덕분에 독자들은 막장과 전형적인 갈등이 아니라도 수억 개의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며 타인을 사랑하기도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를 상상하고 고찰할 가감 없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짐작한대로 잠시 멈춤할 데가 엄청 많다. 여러 번 기록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