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소리도 - 이치운의 바다 에세이
이치운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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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소리sound인 줄 알았습니다그런데 제가 모르던 섬의 이름입니다혹시 아시는 분들 계신가요.

 

내 고향은 소리도이다섬이 솔개가 날아가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솔개 연(자를 써서 연도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곳의 주민으로서 역사와 삶을 배경으로 둔 여러 단상들을 담은 에세이입니다소재도 사유도 넓고 깊습니다제가 기록하고 소개할 내용들은 처음 알게 된 내용들입니다생각해보면 저는 타인의 삶에 어찌나 무지한지... 직업만 달라도 아는 바도 상상할 수 있는 것들도 참 없습니다.

 

줄칼이 무엇인지 아시나요저는 존재와 용도를 처음 배웠습니다. ‘숫돌의 종류도 쇠를 다듬는 과정에 따라 다양하다고 하니 또한 놀랍습니다.

 

섬에서는 만능 줄칼을 허리춤에 차고 다녀야 어부라 불릴 만했다. (...) 바다 물길을 알고 고기를 잡는 어부의 도리를 아는 집안 대주쯤 되어야 줄칼을 만든다. (...) 줄칼은 온전히 숫돌에 쇠를 문질러 갈아낸다.”

 

도구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그 도구가 직업인으로서의 자신의 위상을 드러내고... 아주 오랜만에 만난 방식입니다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 대부분의 물건들은 가격의 숫자와 관계없이 싸구려들이지요.

 

섬의 금기에 관한 내용도 재밌습니다노루를 신성시 여겨 배에 칠하는 페인트는 제비표 페인트로만!. 페인트 상표명도 배웁니다그리고 가족과 함께 배를 타지 않는다는 불문율은 험한 일이 생길 경우 살아남은 가족이 필요해서라는 것이 절절합니다.

 

다시 줄칼 얘기로 돌아와서... 줄칼 만드는 날짜가 정해지면 어부인 아버지가 생선 배를 따지 않고 손에 피를 묻히지도 않습니다다툼도 삼가고 술도 마시지 않으며 집안 분위기를 평화롭게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그래서 칼을 만들기 시작하면 얼마나 시간이 걸리고 힘이 들까요.

 

저는 뱃사람들의 배가 어떻게 다른지 전혀 모릅니다물고기 잡는 종류와 어업을 나가는 거리에 따라 달라지나 짐작을 했을 뿐입니다. ‘고대구리라는 소형기선 저인망 어선의 이름은 처음 듣습니다저인망 어선의 폐해를 자주 듣긴 했습니다만.

 

저저의 아버지가 고대구리 선장이었습니다저자가 어릴 적에도 이미 불법이라 기본적으로 범죄가가 되는 것이고어부들 사이에서도 시선이 곱지 않았다고 합니다어족 자원 관리에 아무래도 영향을 끼치는 조업 방식이라 그렇겠지요그래서 아버지는 술을 큰 대접에 부어 단숨에 들이켰다고 합니다어렵고 복잡합니다.

 

밀렵을 하는 이들은 다른 생계 수단이 없고고가의 비용을 내고 구매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합니다그들 나라는 이미 그 구매자들의 풍족한 삶을 위해 황폐해진 경우가 대부분이고일자리조차 부족합니다저임금 노동이 가능한데 그러면 다들 그런 일이라도 감지덕지 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요.

 

저도 쉽게 누군가의 삶에 발끈하며 살았지만잘못을 그만둘 수 있는 방법다르게 살 수도 있다는 제안 없이 욕하는 일은 너무 쉬우니 더 신중하고 고심해야겠단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저자가 걷는 길천리 해변에서 대략 오백 미터 떨어진 곳에 원전 핵발전소 가 있습니다백 명쯤 되는 섬주민들이 전기를 더 풍족하게 쓰기 위해 만들어야했을까요.

 

한번 피폭당하면 치료할 수도 없고 평생 고통 속에 살아야 한다방사능 사고로 생긴 낙진은 사람뿐만 아니라 농작물과 동물식물 토양바닷물까지 오염시킨다한번 방사능에 피폭당하면 생태계를 원래대로 돌려놓는 데 수백 년이 넘게 걸린다이런 사실을 알고도 원전을 4호기를 만들고 있다.”

 

저자가 이 에세이를 쓴 이유 중에는 길천리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상을 다루어진솔하게 삶을 엿보는 이야기를 써서비록 그 글이 국가기관이나 경제 이익 추구 기업들을 불편하게 하더라도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넌지시 얘기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길천리에 새로 짓고 있는 원전 4호기가 해무를 밟고 일어선다원자로 둥근 지붕이 무덤처럼 보인다.”

 

내가 산책하다 이런 광경을 봤다면 무척 무서웠을 듯합니다이 에세이는 반전 주제가 아닌데 소개하다 보니 글이 길어졌습니다다른 삶의 풍경들을 담은 내용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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