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들 - 손석희의 저널리즘 에세이
손석희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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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장면들처럼 느껴지는 손석희의 시선집중...

매일의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뜨거운 울컥함은 내내 생생하다.

 

새벽을 더듬으며 일을 하러 나온 누군가가 일을 할 수 있도록

더 이른 시간에 나와 준비를 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래서 그들을 기억한다는 말...

 

간혹 아직 어두운 새벽을 걸어 나와야 할 때에는

그런 사람들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언론인으로서의 그를 편안히 소비했고

그의 부침을 함께 편치 않은 마음으로 내내 지켜봤고

기어이 그를 밀어내고 언론판을 휘저어 진창을 만드는 세월을 지켜봤다.

 

문제의식이 있어야 문제를 발견할 수 있고문제를 발견해야 문제를 제기할 수 있으며문제를 제기해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존경했던 혹은 감탄했던 많은 이들이

마치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린 듯 세상을 부정하고

스스로마저 부정하는 시간도 겪었다.

 

종편들이 생기기 전부터도 기존의 저널리즘이 선정성에 오렴됐다는 얘기가 넘쳐나고 있었다그렇게 해서 정리된 네 가지의 키워드즉 '사실공정균형품위'는 알게 모르게 우리 보도의 원칙으로 작동해왔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의 종편행을 마음이 덜컥거리는 놀람과 떨림으로 들었고

지인들의 여러 평이 들리기 전에 감히 볼 생각을 못했다.

말에 군더더기가 없다는 것목소리가 커지지 않았다는 것은

그의 생각도 신념도 여전하다고 믿어졌다.

 

그때까지 내가 인터뷰 원칙으로 세워왔던답변의 구체성논리적 모순의 규명 등등에 대해 다시 한 번 나의 자세를 가다듬는 계기가 되었다이미 오랫동안 수없이 많은 인터뷰에서 발휘되기도 하고실패하기도 한 그 인터뷰 방법론이 틀린 것이 아니며오히려 이를 좀 더 명확하게 해야만 그 이후의 대선 정국에서 인터뷰어로서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언론자유지수와 언론신뢰도가 괴이한 괴리를 보이는 한국사회에서

도무지 저널리즘이란 이제 무엇인지 적어도 화면에서 사라진 듯 보이는 시절

언론의 현장을 떠난 그의 신뢰도가 여전한 독주 일위라는 것은

우리 모두의 불행의 지표이기도 하다.

 

대통령 선거는 불꽃놀이가 아니다인터뷰 하나가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면서 대표적 토론프로그램의 결방을 불러오고심의기관으로부터 징계를 당한 뒤 다시 번복되고 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친 것이다되돌아보면 그것이 바로 선거 저널리즘이 할 수 있었던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의 육성이 전해지듯 한결 같은 절제를 품은 문장들로

한국사회를 다시 불러내는 읽기는 편안하고 그립고 먹먹하고 아프기도 했다.

그가 도착한 해외 언론 현장의 일들이 궁금하다.

부디 무탈하시길.

 

그것이 그냥 일상이었을 때와 이제 시한부일 때와는 감정과 체력의 소모가 같을 수 없었다그래도 내가 그 모든 것에 소홀했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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