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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 3 - 인간의 탄생과 판도라 ㅣ 어린이를 위한 인문학 시리즈
최설희 지음, 한현동 그림, 정수영 구성 / 미래엔아이세움 / 2020년 11월
평점 :
새삼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현재 우리가 사는 모습과 사회의 구성은 서양문명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너무 익숙해서 평소엔 늘 그랬던 것처럼 생각되지만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많은 것들이 없었고 많은 것들이 달랐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한국사회의 거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 역시 서양의 민주주의와 공화정 체제를 받아 들여 개선시켜 나간 것입니다.
‘최초’를 밝히고 근원을 따져보는 일이 어쩌면 지식 정보 이상의 별 의미를 갖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잘 알면 잘 고쳐가며 쓸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형태와 형식만 활용하지 말고 인류 문명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형성한 문화, 역사, 철학을 배워보는 일은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중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문명의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신화와 역사를 마주하게 되겠지요. 어떤 의미로 우리 모두가 후손일 수도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고 배우고 이해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지금처럼 친절하고 유익하면서도 충실하고 재미있는 책들이 많지 않아 저는 어린 시절 그리스로마신화 읽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역사를 좋아하는 십 대 아이들과 함께 읽는 요즘의 책들은 정말 재밌고 쉽습니다.
주제와 메시지에 잘 집중하면서도 연령에 따른 이해가 가능하고 거부감이 들지 않는 방식으로 많은 애를 써서 기획하여 만든 책이란 느낌이 확실히 듭니다.
덕분에 막상 이야기를 해보라고 하면 그다지 선명하지 않을 여러 조각난 정보들을 저도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정리하며 하나의 스토리로 이어가보았습니다. ‘만화는 언제나 옳다’는 말은... 아마도 언제나 옳습니다!
시리즈 처음부터 읽자고 하면 혹 과제처럼 느껴질까 봐 아이들이 고르게 하니 ‘인간의 탄생’ 편이 가장 궁금하다고 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신들의 전쟁이 남긴 폐허 그 상처를 다채롭게 메워간 인간의 생명들을 만나는 이야기가 즐겁습니다.
세상의 모든 신들 중 가장 인간을 사랑한 신의 이름이 반갑습니다. ‘현명한 프로메테우스’는 고민 끝에 진흙으로 신을 닮은 인형을 만들고 생명을 불어 넣고 ‘인간’이라 불렀습니다. 다양한 동물들도 만들었습니다. 다양한 생명의 만나는 기쁨에 신들은 재능을 나눠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인간의 순서가 마지막이었네요. 이미 모든 종류의 재능을 나눠 준 터라 인간 몫의 재능이 없습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이 만든 인간에게 부모와도 같은 애정을 느꼈을까요. 받은 재능이 없어 다른 동물들의 공격을 받고,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인간이 가여워서 고민에 빠집니다.
그 결과 재능이 아니라 기술을 알려 주게 되는데...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전한 불은 신들의 대장간에서 훔친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인간은 동물을 잡고 요리를 하고 추위를 녹이고 대장간에서 기구를 만들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고신인 제우스는 인간 독자로서 참 비호감입니다. 프로메테우스에게 영원한 고통을 가하는 벌로도 모자라서, 동생을 이용해서 인간에게까지 벌을 내립니다. 선물을 받은 것이 무슨 죄가 되나요.
오랜 세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모든 불행의 원인처럼 회자되는 판도라는 제우스의 계획에 이용된 인물일 뿐이란 생각이 듭니다. 판도라도 판도라의 상자도 인간에게 벌을 주기 위한 계략이었으까요.
재미있고 쉬운 만화이야기가 끝나면 진지한 학습자료들이 따로 있어서 복습도 할 수 있고, 외워도 자꾸만 잊히는 신들의 계보가 정리되어 있어 보기에 편합니다. 마음먹고 한 번 외워볼까요. 아이들과 간단한 내기 게임을 해도 좋겠습니다.
물론 학습만화답게 마지막에는 독후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이렇게 즐기면서 배울 수 있는 가족 모두가 함께 읽고 대화하기 참 좋은 책입니다. 다른 시리즈들도 궁금해집니다. 신화란 여전히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설레게 하는 힘이 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