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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답은 내 안에 있다 - 길 잃은 사람들을 위한 인생 인문학
김이섭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11월
평점 :
태어나자마자 여러 가지를 배우기 시작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평생을 배우기도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배우지 못하는 걸까. 인간으로 살아가는 일은 뭐가 이렇게 복잡해서 늘 난제를 만나는 걸까. 해답과 정답을 아는 이는 왜 이리 드물까.
“우리는 새처럼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우고 물고기처럼 바다를 헤엄치는 법은 익혔지만, 함께 살아가는 간단한 기술은 배우지 못했다.” 마틴 루서 킹
“우리는 사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하인리히 뵐
프레임에 갇히면 사람이 잔인해진다. 이미 답은 정해졌고 상대를 자백시키거나 확인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상대의 말을 들어보기도 전에, 상황을 정확히 알기도 전에, 염려를 하기보다 범죄를 밝히듯 단죄하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남이 설치한 프레임에, 혹은 프레임인지 자각하지 못한 상태로 벗어나지 못하고 오류만 거듭 출력하게 된다.
뇌과학에서 밝히는 뇌의 정보처리, 인지기능은 내 오독과 오해인지도 모르지만, 생존을 위한 최선의 요약정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외부 자극과 정보를 모두 받아들이기만 해서는 판단도 선택도 할 수 없으니, 우리 뇌가 선별 선택한 정보들로 결론에 이르는 방식이다.
문제는 정보의 정확성 때문이 아니라 다른 원인으로 최초의 결과가 좋게 나온 경우, 뇌는 그 일련의 과정을 쓸 만한 것으로 기억해두고 유사한 상황에서 유사한 과정을 거쳐 유사한 결론에 이르려고 한다는 것이다. 나이든 이들이 고집스러운 이유는 자신의 방식으로 오래 생존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하던 대로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최고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니 편애, 편견, 선입견, 확증 편향 등을 특별한 것으로 여기기보다 흔한 것으로 받아들여야한다. 모두 자신의 편향을 따르자는 말이 아니라, 발생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이 받아들이는 정보와 도출하는 결론에 의문을 가지자는 것이다. 그리고 애써 다른 의견에 귀 기울여 듣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척 어렵고 힘이 많이 드는 일이다.
“손에 망치를 들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
더구나 온라인과 가상세계의 지분이 아주 많이 늘어나면서, 이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인 알고리즘은 인간의 갖가지 편향을 강화하는 위험한 도구이다. 분야는 달라도 결국엔 같은 정보만을 계속 보게 되면, 자력으로 그 세계에서 탈출하는 일은 더 요원해진다. 단톡방에서만 대화하는 이들의 현실감 없는 음모론들은 외부 사람이 듣기엔 어처구니가 없지만, 그들 사이에서는 사실과 진실로 통용되는 것처럼.
늘 더 중요한 것은 결론보다 답보다 질문이다. 그리고 질문을 구성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이 책의 곳곳에서 ‘듣는 일’에 대한 동서고금의 격언들을 담아 두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상대방의 이야기를 안 듣는지의 반증으로 읽힌다.
- 1 2 3 법칙 : 한 번 말하고 두 번 듣고 세 번 생각하라
- 삼사일언(三思一言) : 세 번 생각하고 한 번 말하라
- 인간에게는 입이 하나, 귀가 둘이 있다 <탈무드>
-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현명해지는 법을 배웠다 칭기즈칸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우리가 듣고 싶고 알고 싶고 만나고 싶은 것은 역시 이런 해법이자 대답이자 결론이다. 저자 말고 독자인 우리가 각자의 해법을 작성해 보는 건 어떨까. 왜냐하면 우리가 이미 다 아는 단어들이 무수하기 때문이다. 개념어들이 모자라서 못하는 게 아니다.
소통, 공감, 동행, 긍정, 소유 말고 존재, 자기암시, 자기반성, 자기개발, 자기통제, 자기실현...
만나서 마음이 뜨끔거렸던 몇 문장을 기록해둔다.
- 건망증 환자는 기억해야 할 걸 금방 잊고, 강박증 환자는 잊어야할 걸 오래 기억한다.
- 쓰레기통을 없앤다고 쓰레기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 인생은 빠르게 가는 게 아니라 바르게 가는 것이다.
- 사다리를 오르기 전에 왜 오르는지 먼저 생각하라
- 남의 절망에 눈을 감는 사람은 자신의 희망에 눈을 뜰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