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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에 대한 감정(?)은 각 나라마다 다를까요? 한국에서는 독보적인 이미지가 있지요. ‘OO철학관’ 실용적인 문제들에 답을 주는 학문으로서의 철학이 못 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쓸모없는(?) ‘태도의 학문’으로서의 철학, 그 중에서도 중세와 근대철학을 짐작 이상으로 웃긴 대화처리로 소개합니다. 철학자들의 핵심적인 철학적 논제들을 몇 개의 그림과 문장으로 싹 정리하는 모습에 놀라서 두근거리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합니다. 젊은 시절, 울고 싶은 심정으로 읽은 텍스트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증거물처럼 기억의 단편들도 소환됩니다.
개똥철학이란 표현이 있지요. 혹은 철학을 궤변이라 여기는 이들도 있습니다. 논리학/논리철학이 철학의 분야라는 거 아시나요. 철학적 사유는 합리적 사고, 논리적 추론을 요청합니다. 오랜 세월, 많은 이들이 사유과 추론을 통해 구성해낸 것이 현대 사회에 활용된 대부분의 가치와 제도들입니다. 흔히 암흑의 시대라 언급되는 중세와 근대 서양 철학에서 정비된 것들입니다.
우리가 왜 이런 모습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 이해하려면 이 시대의 철학적 논쟁들을 살펴 보는 일이 도움이 됩니다. 배워야 할 것은 철학지식이 아니라 생각하고 모색하는 방법들, 세상을 보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뒷산도 아니도 지리산, 한라산, 백두산과 같은 철학자들이 여러 명입니다. 본인이 와서 정확한 해설 강의를 해준다고 해도 단번에 이해하기 불가능한 개념들도 많습니다.
저는 중세 시대 철학을 전혀 모릅니다. 저서를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습니다. 조금이나마 익숙해지면 좋겠단 생각으로 짧은 기록을 남깁니다.
1. 아우구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
<고백론>의 내용을 전혀 모릅니다.
라틴어 원문 번역이 이루어진다는 소식이 5년 전이군요.
경험과 반성을 철학의 소재로 삼은 성찰의 사상가로 기억하겠습니다.
2.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아리스토텔레스, 스콜라 철학, 초월적 신앙과 자연적 이성을 종합한 기독교철학 집대성
3. 보편 논쟁controversy of universal
'보편'이 실제로 존재하는가 사유로만 존재하는가.
4. 합리론rationalism과 경험론empiricism
저는 이 시대의 언어 표현을 많이 자주 사용합니다. 아마 사고 방식도 그렇겠지요. 연도는 인간의 속도와 관련 없는 외부적 사건일지도 모른단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각자의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요. 갖가지 비동시성들이 동시에 모여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 오해도 불통도 많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도 합의도 가능한 미스터리 투성이의 삶입니다.
5. 데카르트René Descartes
철학자이면서 수학자이고 물리학자입니다. 출발이 의심할 바 없어야 이후의 추론 역시 오류가 아니라 할 수 있으니, 오류 없는 사고의 출발점을 찾아야했지요. 모든 걸 다 의심해봐도 ‘의심하고 있는 나 자신’ ‘내가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발견!
6. 스피노자Baruch de Spinoza
사과나무와 관련 없습니다. 자유로울 뿐 아니라 ‘압도적인 지성’이라 불릴 인물인데, 신을 모독한 불경죄로 장례도 못 치른 채 도난당한 시신은 어떻게 되었는지... 친구의 기지가 아니었다면 지성의 기록인 저서들도 출간되지 못했겠지요. 살아서 당한 괴로움보다 더 크고 오래 기억될 철학자입니다.
7. 존 로크John Locke
스피노자와 달리, 철학자이자 정치사상가로서 이보다 더 행복한 이는 역사에 없을 듯도 합니다. 사유의 결과물로 세상이 바뀌는 현실적 변화를 목도했으니까요.
8. 칸트Immanuel Kant
"Two things fill the mind with ever new and increasing admiration and awe, the more often and steadily we reflect upon them: the starry heavens above me and the moral law within me."
: 각자 해석해 보셔도 좋을 듯. 저는 이 묘비명을 아주 좋아합니다. 제 삶에도 중요한 것들입니다. 올려다보는 별로 가득한 하늘과 내재한 도덕 법칙. 칸트의 3대 비판서 중 <실천 이성 비판>에 담긴 문장입니다. 하이델베르크는 가장 많이 오래 방문한 독일 도시이고, 칸트의 철학자의 길도 숙고 대신 토종군밤을 까먹으며 때론 글루바인Glühwein을 듬뿍 마신 뒤 걸어다녔습니다.
9.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정반합, 변증법적 사유. 절대정신, 미네르바의 부엉이 등 모두 유명한 말들로 기억되는 정치철학자이지요. 칸트도 그렇지만 헤겔도 뭐라 정리하기에는 너무나 방대한 사상 체계입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중요한 사유방식들을 제안했습니다.
젊은 체력에도 철학 공부는 무척 힘들었지만 알게 되어 벅찬 기억들도 남았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건 현실에 활용할 수 없는 소위 쓸모없는 공부를 할 기회가 사라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함께 공부하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지만 그건 바람이고, 시간과 수고의 가성비를 따진다면 일단 독서이지요. 재밌게 웃으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