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통과 불량 아저씨 넝쿨동화 17
최은순 지음, 이수영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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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 대한 신뢰가 아니라면 제목을 보고 놀란 마음에 읽을 생각을 못 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사람을 부르는 방식으로는 옳지 못한 호칭들이다그래서 반전과도 같을 깊은 위로와 이야기의 내용이 더 궁금하다.

 

교육 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런지가족의 다양한 형태에 대한 교육과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학교에서 왜 부모 얼굴을 그리라거나 가족사진을 제출하라는 과제를 굳이 수행하는지 모를 일이다.

 

민구는 학교에서 만드는 가족 신문에 사진도 아닌 할머니와 고모 얼굴만 그려 둔다아빠를 그릴까 말까 고민했다니 아빠가 살아계시긴 한가 보다자신도 그려 넣지 않은 것이 마음이 아프다.

 

나는 엄마가 보고 싶은 적이 없다생각도 안 난다엄마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기 때문에 생각해 봤자이다.”

 

그래도 엄마 생각을 아예 안 하는 건 아니다친구가 엄마 얘기를 꺼내면 속상해서 눈물이 나려고도 하고자신을 놔두고 떠난 이유가 궁금해진다슬프고 아프기 때문일까책상에 앉기만 하면 몸이 줄에 묶인 것처럼 답답해서 가만있지 못한다고 한다.

 

더구나 애착을 넘어 집착증을 보이는 민구는 학교에 늘 조각 이불을 가지고 다니고밤에도 이불을 만져야 잠이 들 수 있다선생님과 학교 친구들에게 민구는 수업을 어수선하게 하고 친구들을 방해하는 존재로 취급받는다.

 

종점에 위치한 집이라 가장 오래 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니는데민구를 꼴통이라 부르는 기사아저씨가 계신다옛날에 불량배였다는 소문이 있지만 그래도 자신을 친구처럼 편하게 대해주는 것이 좋아서 모른 척한다오히려 민구는 아저씨가 놀려도 기분이 나쁘지 않고 속마음을 맞히는 것이 신기하다고 느낀다나란히 앉은 두 사람의 표정이 좋다.

 

선생님이 상담을 해야겠다고 결정하니민구는 속상해할 할머니 생각에 자신도 속상하다모유가 아니라 풀도 아닌 사료만 먹은 소젖을 먹고 자라 민구의 정신이 사납다는 할머니의 설명이 서글프면서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민구가 등장하는 그림을 보고서도 나는 미처 몰랐는데민구는 애정 결핍을 먹는 것으로 채워서 비만이기도 하고평소의 행동들은 ADHD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상담 후 할머니와 고모는 최대한 민구를 도와주려 애쓴다그리고 그런 민구의 마음을 불량 아저씨는 잘 이해해주는 어른이다.

 

민구에게는 잘 만나지 못하는 아빠라고 살아 계시지만 아저씨는 알코올 중독으로 아버지도 일찍 돌아가셨다고 한다서로가 서로를 비슷하게 여기고 불쌍하게도 여기는 두 사람은 친구가 되기로 한다.

 

내가 만난 민구는 불행한 아이가 아니다자신에게만 부재한 결핍으로 인해 고민은 하지만진심으로 사랑하며 양육하는 보호자들도 계시고친구가 되어주는 주변 어른도 계신다.

 

학교 선생님 역시 야단만 치는 게 아니라 잘 관찰하고 상담과 제안을 통해 민구가 나아지길 기다려주는 분이다아이들은 아이들이라 반응이 즉각적이긴 하지만 그만큼 솔직해서 민구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싫어하지 않게 될 것이다.

 

존재가 미미하고 역할과 책임을 하지 않는 민구의 부모처럼이 작품에서 주어진 가족이란 무엇인지 잠시 가라앉듯 생각해본다광고의 표준으로 등장하는 부모와 아이들로 이루어진 가족 형태가 아닌행복하고 사랑이 넘치는 가족의 모습이 아닌 관계들도 무수히 많다.

 

가족은 신성불가침의 대상도 아니고이상적으로는 폭력이 심화되고 불행이 깊어지고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해체되고 분리되고 관리되는 것이 맞다싸움과 구타만이 아니라 학대의 형태는 모두 가정 폭력이며사생활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으로 외부의 개입이 어렵고 예방과 처벌도 쉽지 않다.

 

어쩌면 오독이고 어쩌면 너무 멀리 나간 생각일 지도 모르겠다부디 민구가다른 여러 형태의 가족 관계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혈연 가족보다 더 좋고 친밀하고 더 잘 이해하는 그런 인간관계를 경험하며 행복한 삶을 살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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