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안 미용실
고히나타 마루코 지음, 김진희 옮김, 사쿠라이 미나 원작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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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못하고 살다 이 책을 읽고 우리 모두도 머리칼에 대해 각자의 서사가 아주 많을 수 있겠단 생각을 합니다.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 사진 속의 황당한(?) 헤어스타일 이라거나, 귀 밑 몇 센티로 길이를 제한 당했다거나, 특이한 염색으로 인한 사연이라거나, 혹은 사상 검증을 당한다거나.


어린 시절에는 평범하게 남들 다 하는 토끼머리, 갈래머리, 공주머리 등으로 지냈고, 학창시절에 숏컷과 단발을 오갔습니다. 이십대부터 어떤 판형(?)이 생겼는데 - 친구들은 안 지키면 큰 일 나는 뭔가가 있다고 내내 의심 - 봄에 짧은 단발, 여름엔 묶을 수 있을 정도의 길이, 가을에 어깨 지나 등 어딘가 닿는 길이, 겨울에 조금 긴 사계절로 구분되는 형태입니다.


한 때 잠시 삭발도 해보고 싶었고 핑크나 녹색 염색도 해보고 싶었지만 워낙 게을러서 해치워야할 그 모든 과정들이 엄두가 안 났습니다. 저도 할머니가 되면 모히칸(?) 비슷한 저 머리도 한번 해볼까, 가볍게 생각할 날이 올까요.




교도소 내 미용실에 머리하러 찾아오는 손님들을 보며, 물리적으로 갇힌 이들과 각자의 삶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이들의 차이는 얼마나 큰 것인지 멍하니 생각해봅니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이들은 어찌 사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나이가 든다는 일이 뭐하나 쉬워지지도 해결되지도 않는 거라는 게 무척이나 당혹스럽습니다. 


머리칼을 자르는 일, 손질하는 일, 바꾸는 일은 어떤 의미일 수 있을까요. 꾹꾹 참다가 견디다가 어떤 계기로든 자신을 마주하는 모습들이 애틋하고 위태롭고 서럽습니다.


인상적인 몇 장면 남깁니다. 


“머리를 잘릴 것이다.”라고 해서 혼자 호러공포물인 줄 알고 놀란 장면과, 


클리셰이긴 하지만 빈번하고 반복된다는 점에서 늘 중요한 아픔과 괴로움과 눈물, 



“눈물은 하품이나 재채기랑 같은 거니까”라고 멋진 말을 한 미용사가 제 최초의 신경정신과 상담시간을 떠올리게 해서 남겨 봅니다.


어린 시절 동생이 머리칼에 껌이 붙어 - 그땐 생각 못했는데 누가 일부러 그런 것이었을까요 - 잘라주다 결국 동생 숏컷 만든 일도 생각나고,


10월 달에 하늘 보고 사진을 찍어두자 했는데, 어느새 15일, 절반이나 지났고, 잊어 먹고 단 한 번도 안 한 일도 생각납니다. 하늘을 자주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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