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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멈추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 - 청소년을 위한 난민 이야기
하영식 지음 / 뜨인돌 / 2021년 2월
평점 :
“국어사전에서 난민을 찾아보면 ‘전쟁이나 재난 따위를 당하여 곤경에 빠진 백성’ 또는 ‘가난하여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라는 뜻풀이가 나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난민이라 하면 전쟁이나 기아, 재해 등으로 곤경에 빠져 원래 거주지를 떠나 대피하는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법무부에서는 이것을 일상적 의미의 난민이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률에서 난민은 조금 다른 의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출신 국가로 돌아가면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어 다른 나라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바로 법률상의 난민입니다. 유엔난민협약과 우리나라 난민법에서는 더 구체적으로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로 박해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않는 자’를 난민이라 규정하고 있습니다.“
‘난민’이란 단어를 언제 처음 만나셨나요? 홍세화 선생의 정치적 망명에 대해 잘 알게 될 기회는 있었지만, 그때도 난민이란 단어를 떠올리진 못했습니다.
김숨 작가의 <떠도는 땅>을 작년에 읽고 고려인으로 사셨던 이들이 어떻게 강제 이주 당했고, 이주라 하기에도 처참한 여정을 겨우 배웠습니다.
그리고 올 해 광복절, 바로 그 고려인으로 사셨던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귀국했지요. 우리의 역사 속 난민에 대해 역사적으로 공부를 좀 해야겠다, 싶은 생각이 구체화되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미라클 작전으로 아프간에서 도착한 다른 난민들 또한 지금의 현실로 함께 살아갈 이들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작전 성공만으로는 다 해결하지 못할 문제들에 대한 지원과 교육과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제야 공부를 시작합니다.이 책은 2월 출간 당시 우리 집 십대들과 함께 읽고 배우고 싶었으나, 아직 동기가 충분하지 않아 실행을 못했습니다. 올 가을은 무척 서늘해서 손이 벌써 시립니다. 그러니 조금 더 따스하고 뭉클한 챌린지가 필요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침 오늘 만난 문장도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듯해 옮겨 봅니다.
“정말 버리고 싶은 것은 인간에 관한 편견, 미처 진실인지 아닌지 되물어 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내 케케묵은 믿음이다.”
거의 모든 것을 다 두고 떠나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 배부르고 안전한 집 안에서 상상만 하는 것으로도 무참하고 힘겹습니다.
‘난민’이 되는 원인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전쟁, 학살, 박해, 가뭄, 홍수, 지진 종류가 무엇이건, 만약 마실 물과, 음식과, 필요한 약품과, 잘 공간이 없어진다면, 몇 분 정전과 단수가 아니라 언제 복구될지 알 수 없다면, 그리고 가족이 있다면.
아주 당연하고도 자연스럽게 살 수 있는 장소로 이동을 하게 되겠지요. 우리가 자주 본 재난영화에서도 늘 그러하듯이.
그럴 때 누군가 고생 많았다고, 이리로 오라고, 여기는 괜찮으니 같이 살아 보자고 말해주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얼른 가서 저들이 가진 것을 다 빼앗아야겠다? 혹은 안도와 감사와 희망?
이 책에서 저자는 개념 설명, 설득, 주장을 하지 않습니다. 원한 적 없지만 ‘난민’이 된 이들이 어떤 상황과 역사에 처했는지, 각국에서 만난 난민들의 이야기를 전해 줍니다. 전혀 모르던 사실들이 참 많습니다.정리하고 발췌한 내용 일부 남깁니다.
- 1992년 겨울, 파리 시내 거리를 가득 메운 수백 명의 중동사람들.
- 1990년 중반, 스위스 바벨에서 만난 중동 사람들. (스위스 사람인 친구조차 중동 사람들이란 것 외에는 누군지 모름.)
- 아테네에서 만난 사람이 들려 준 자신의 민족에 대한 이야기. ‘이란, 이라크, 시리아, 터키 일대에 뿔뿔이 흩어져 사는 민족. 고유한 문화와 언어가 있음에도 국가 없이 살아온 민족. 구르드 민족.’
- 400만이 아니라 4000만이 되는 민족이 국가가 없어 전 세계를 떠돌며 난민으로 살아옴.
- 난민으로 태어나 난민으로 살다 난민으로 죽어가는 민족
- 난민을 만드는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전쟁. 유엔난민기구 집계상 1억 명에 육박.
“우리는 실제로 난민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 세계에 전쟁과 경제난, 각종 재난이 끊이지 않는 이때, 누구든 언제든 난민이 될 수 있습니다.”
- 2010년대부터 미국으로 향하는 ‘카라반 행렬’. 주요 경로이자 주축이 된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이들이 미국으로 향하는 이유는 하나다. 단지 굶어 죽지 않고 살기 위해 나섰다.”
- 갱단이나 부패한 경찰에게 돈을 빼앗기거나 납치 실종되거나 성착취를 당하지 않게 위해 함께 길을 떠나자는 취지로 시작된 운동이 카라반.
- 이들 나라의 범죄 카르텔 조직이 저지르는 짓은 마약, 무기거래, 자금세탁, 납치, 인간밀래, 성착취, 장기밀매 등.
- 청년들은 갱단에 들어가지 않으면 일자리가 없어 고향을 떠나야 하는 상황.
- 국가 기관은 돈을 받고 갱단을 보호, 마약 밀수 지원.
“분쟁을 통해 어떤 어른들은 이득을 취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어린이들은 모두가 피해자일 뿐입니다.”
전쟁 중인 나라의 어린이들의 세상에는 비행기, 폭력, 포탄, 총성, 절규, 신음만이 가득합니다. 이 아이들이 커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어떤 것일까요.
현실의 전쟁에서 어른들은 어린이라고 보호하지 않습니다. 어린이들이 모인 학교나 병원을 공격하고, 어린이들을 전쟁의 방폐막이로 이용합니다. 이들 중 전쟁 트라우마를 겪지 않은 이들은 얼마나 될까요.
“내전이 발생하면서 우리는 항상 목숨을 위협받고 살아야 했다. (...) 나는 누구의 편에도 서지 않았고, 어떤 판단을 할 만큼 아는 것도 많지 않았다. (...) 나는 전쟁이 싫었고 전쟁에서 싸우기를 원하지 않았다. 내가 누굴 죽이고 누군가 나를 죽이는 상황 자체가 너무 무섭고 싫었다. 내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다음은 내 차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세르 예맨
“1982년 미얀마에서는 시민권법이 개정됐다. 1824년 영국 식민지령 이전에 미얀마에 살고 있었다는 증거가 있는 사람들에게만 시민권을 부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 조상 대대로 미얀마 영토에서 살아왔지만 대부분 그 사실을 증명할 방법이 없어, 로힝야 사람들은 시민권법이 개정된 이후로 한순간에 외국인이 되었다. (...) 국적이 없는 사람들이 되어버린 것이다.”
모하메드 로힝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