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가 전부는 아니지만 - 새로운 맛으로 자신의 멋을 만든 여성들
김나영.이은솔 지음, 조희숙 외 대담 / 북스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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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을 인터뷰한 책이니 따로 찾아가며 만나게 되지 않을 분들도 덩달아 행운처럼 알게 된다지식도 이해도 관심도 없이 살았지만그래서 완전히 낯선 일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이상할 정도로 매번 재미있다.

 

가령맛을 둘러싼 총체적인 경험을 디자인한다는 김혜준 대표가 하는 일이 그러하다자신을 레스토랑이 있기까지 모든 것을 연결하는 기술자라고 칭한다그의 일 속에서 우정도예의도노동도정당한 대가도음식을 다루는 사람의 의지도 모두 배운다.

 

아주 넓게는 음식요리 분야에 계신 분들이라 할 수 있고각자가 이룬 삶과 일의 면면을 알수록 모두 다 접점이라곤 없는 일가의 수장들로 느껴진다그런 느낌은 단지 어디어디 대표라는 타이틀이 아니라일과 삶을 관통하는 철학과 세계관에 크게 좌우된다.

 

수원식단 신계숙 교수는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음식과 같고도 다른 중식의 세계에 대해 알려 준다다른 나라의 음식을 배운다는 것이 어째서 언어문화를 모두 알고 배워야 가능한 것인지왜 그 공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지 멋진 주장을 펼친다공감!

 

음식이라는 아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것들을 창조해내는 이들이지만또한 먹으면 사라져버리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간 감상되는 예술품을 지치지도 않고 계속하는 무서운 예술가들로 보이기도 한다.

 

가장 뜻밖일 정도로 놀란 만남은 맥도날드 최현정 셰프님이다프랜차이즈 셰프의 존재에 대해 상상이 미치지 않았달까나는 이제까지 패스트푸드는 식품 영양학 전공자들이 개발해내는 음식이라 생각했다.

 

한식공간의 조희숙 셰프님은 내가 짐작한 분위기와 글이 비슷하셔서 마치 지인과도 같이 느껴졌다음식을 맛보았으면 만난 적은 있다고 해도 되는 걸까많은 분들이 어째서 스승으로 그렇게들 존경하시는 지 단호하고 든든한 스승의 모습을 감동과 전율을 느끼며 읽었다.

 

저는 요리를 배우기 위해서는 시간을 들여 같은 것을 반복해서 습득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 사계절을 두세 번은 반복하면서 재료를 경험하고 요리를 해봐야 좀 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 저와 그들이 생각했던 시간의 양이 절대적으로 달랐기 때문에... 쉽지 않았던 거죠.”

 

제게 현장에서의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이제 여기까지네하는 마음보다는

끝이 오기 전에 최대한 많은 것을 해두고 싶어요.”

 

그리고 이슬기 셰프님시절이 이렇지 않으면 오마카세 예약을 당장 하고픈 분이다아주 가끔이지만 불편하고 불쾌하게 느꼈던 오마카세 테이블에 대한 우려를 정확히 보고 계셔서글로 담으셔서 놀라고 반가웠다무척 복잡한 역학이 작용하는 지라 경험과 느낌은 철저히 사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족을 붙인다.

 

음식을 잘 내는 건 기본이고손님이 나를 신뢰하게끔 만들어야 해요.

셰프를 신뢰할 수 없으면 식사 시간 내내 불안할 수 있거든요.”

 

여자라서 더 주목받는 게 있고,

여자라서 더 평가절하되는 것도 분명히 있을 거예요.

저를 어떻게 생각하든 알아서 판단하게 내버려두고 있어요.

이런 말들에 발목 잡히기보다 제 할 일을 열심히 해야죠.

저를 찾아주시는 손님들이 좋은 경험을 하는 데에 온 신경을 쓰고 싶어요.”

 

행복하고 허기 졌던 읽기였다나가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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