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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일
조성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9월
평점 :
데이비드 보위David Robert Hayward Jones, 장국영 張國榮, Leslie Cheung, 장 미쉘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를 먼저 만나고 매일 조금씩 다른 예술가들을 만나는 야금야금 독서가 좋았다. 전공을 한 적이 없고 삶을 쏟아 붓지도 않은 영역을 경험하는 일이 재밌다. 어설픈 지식을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이 살다, 빈틈을 메워주는 책들을 드물지 않게 만나게 되니까. 짧은 호흡으로도 충분히 배울 수 있는 구성이다.
우디 알렌Woody Allen 감독의 영화들을 아주 많이 좋아했다. 그가 사랑하는 뉴욕의 풍경도 사계도 멋지지만,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는 오래된 판타지가 실현된 듯 놀라고 홀려서 내 청력에는 웅얼웅얼 울리는 주연 배우의 불쾌한 발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많이 다시 보았다.
벨 에포크! 물론 그들만의 아름다운 시절이었지만 20세게 내가 반한 문학과 예술과 사람들이 한 가득이니 한동안 빠져 나올 방법이 없었다.
21세기가 시작된 지가 21년이 넘었다고 생각하면 무척 이상한 기분이 든다. 아마 나는 스스로를 20세기 인간이라 여기기 때문인 지도 모르겠다. 나를 구성한 정신적 유산들은 실제로 대부분의 20세기의 것들이기도 하다.
복잡다단한 온갖 일들이 다 일어난 시기인데 저자는 유려하게 담았고 덕분에 배경 지식이 부족함에도 너무 가볍고 빨리 읽는가 싶을 정도로 잘 읽혔다. 그리고 무척 재미있었다. 알던 이들, 반가운 이들, 그리운 이들, 모르는 이들, 그렇게 33인.
안토니오 가우디Antoni Gaudi가 노숙자 차림으로 전차에 치었는데도 아무도 살펴보지 않아 3일 후 사망한 일은 알던 사실인데도 기막히고 슬프다.
동대문플라자DDP 건축을 설계한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이라크 바그다드 출신의 여성 건축가라는 사실을 덕분에 자세히 배웠다. 사막 모래의 움직임과 모래 언덕 곡선처럼 디자인했다는 설명을 들으니 즐겁다. 멋진 일이다.
일상도 작품도 다 좋은 나의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은 평생 반가울 터이다. 그림을 보고 즉각적으로 환하게 웃음이 나오는 특별한 예술가과 작품들이다.
처절한 작품으로 유명해졌지만 희화되기도 하던 예술가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를 오늘 다시 만나니 죽음이 일상이고 우연이고 미래인 시절이라 그 느낌이 많아 달랐다. 어릴 적 목격한 가족들의 죽음이 평생 그에게 어떤 강도의 공포를 주었을까……. 이제야 그의 아픔이 실상을 얻은 듯 생생하다.
어느 작가의 말이었는지 기억이 흐리지만, 작가들의 작품 소재나 심지어 스토리가 겹치는 경우가 생각보다 잦다고 한다. 이 책의 예술가들의 개인사를 읽으며 그들의 인생을 배우면서, 이들 역시 시공간의 분리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연결된 느낌을 받는다. 예술을 했으니까, 예술이란 같은 목적을 가진 다른 작품들이니까, 혹은 그들이 예술가의 삶을 살았으니까.
“위대한 몰입으로 가득했던 천재 예술가의 삶이 주는 전율은 그가 남긴 거대하고 화려한 건축물만큼이나 성스럽다.”
즐거운 독서 시간 내내 애인처럼 좋아한 예술가의 노래들을 아주 오랜만에 오래 들었다. 여전히 멋지네. 그는 그대로이고 나는 계속 사라지고. <Come as you are>
재미있다고 너무 빨리 읽은 미안함과 그만큼 멋진 필력이었다는 찬사를 더하고 싶은 마음을 동시에 느낀다.
“저는 예술가의 일에 대해 썼고, 이것은 제가 지난 3년 동안 매달린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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