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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쉼표
전선영 지음 / 밥북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시는 한 작품의 끝이 한 눈에 보이는 길이만으로도 때론 쉼이 된다. 시를 읽는 일은 꽤나 고되고 드물지 않게 읽지 못하는 시들도 만나지만, 이 시집의 제목처럼 쉬고 싶어 읽기도 한다.
호흡을 계속 이어가며 한참을 몰입하는 작품과 달리 몇 줄의 글을 천천히 원심 분리하듯 돌려 본다. 새로운 무엇이 분리되어 나오기도 하고 실험은 자주 실패하기도 한다.
시인은 ‘자기 고유의 리듬’을 언급한다. 속도보다 좀 더 고유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읽기 시작할 때는 시인이 독자의 쉼터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 생각했다. 리듬이 다른 쉼들로 잘 쉬어보자.
어떤 쉼터에서는 오래 쉬었고 다른 쉼터에서는 전혀 쉬지 못했다. 이것이 나의 리듬과 고유성일 지도 모르겠다. 눈에 잘 들어오고 생각에 잘 담기는 시들은 내면을 마주하고 구체적으로 글로 표현된 것들이 많다.
시인의 아픔이고 시인이 두고자 한 거리이지만, 나 역시 내 거리를 가늠해보게 한다. 생각 속에만 머물던 것들은 모두 끓어오르듯 뜨겁고 그래서 담아 둘 동안 힘이 든다.
그래서 말도 글도 인간에게 필요하다. 그런 것들을 거르고 식히고 보관하는 무한히 생산해낼 수 있는 공간. 감정을 다듬으니 육체의 허기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