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 마음챙김 명상 - 초기 불교 문헌과 수행법 안내
아날라요 비구 지음, 김수진 옮김 / 지식과감성# / 2021년 7월
평점 :
품절



'명상'을 한 지는 오래지만 아는 바는 거의 없습니다. 우연히 만난 틱낫한 승려께 걷기명상만 배워 계속 했을 뿐이니까요. 프랑스에 플럼빌리지에 사시던 제 유일한 명상 스승께선 불교 교리나 수행법에 대한 일체 말씀도 없으셨고, 우주의 목소리처럼 보편적인 사는 일에 대해서만 말씀과 글을 주셨지요. 베트남 민주화운동을 하신 젊은 시절 면과 이후 가르침의 내용들이 법정 스님과 닮으셨구나, 혼자 이렇게 생각하고 두 분 모두를 무척 경애합니다.

 

사진: https://plumvillage.org/

 

이 책은 무척 신기하고 권위 있어 보여 궁금한 책입니다. 호흡과 명상에 대한 수행법이자, 전혀 모르는 초기 불교 문헌 관련 내용이 있으니까요. 다들 그러신 건 아니겠지만 주로 내 자식, 내 가족의 복을 비는 대상으로 부처를 대하는 한국 불교와는 촌수가 아주 멀어 남처럼 보입니다.

 

저자는 불교 학자이자 명상 스승인 아날라요 스님입니다. 최대한 대중서로서 명상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16단계로 나누어 설명을 해주십니다. 그러니 불교 이론에 대한 치밀한 논증이나 설법서는 아닙니다.

 

수행법만 관심을 두신다면 앞의 여섯 장을 중점으로 읽으시고, 초기 불교 관련 경전들에 관심이 있으시면 나머지 분량에서 직접 발췌한 문장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님이 쓰신 논평은 아마 처음 읽는 듯한데, 불교의 관점을 이해시키기 위한 친절한 논법입니다.

 

https://blog.naver.com/ksbookup/222463162276

(음성자료)

 

호흡의 기본은 우리도 다 아는 들숨과 날숨입니다. 저는 깊은 숨을 쉬는 것이 좋아서 - 실제로 통증도 좀 줄어드는 효과 - 걷기나 달리기를 좋아합니다.

 

호흡은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로, 우리는 호흡을 두고 떠날 수 없습니다. (...) 우리가 가는 곳에는 호흡도 같이 갑니다. 그래서 호흡은 우리에게 현재 순간을 상기시켜 줍니다. (...) 오직 이번 호흡에만 우리는 마음을 씁니다. (...) 이렇게 현재를 상기키시는 것은 마음챙김의 주요 기능이자 사띠(sati, 팔리어, 스리랑카에서 붓다의 가르침을 적을 때 사용한 언어)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에 들어 있는 핵심 요소인데, 아날라요 스님은 이를 가리켜 우리가 유념하기 위해 기억해야 하는 것이라고 번역하였습니다.”

 

<아나빠나사띠 슷따>라는 낯선 이름에 놀라지 마시고 내용을 읽으시면 16단계의 호흡과 마음 챙김 가이드가 나옵니다. 물론 상식적인 구분 이외에 호흡과 관련된 수행의 깊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깨달음은 그것이 점진적이든 완전하든 사소하다고 볼 수 없으며, 깨어남 자체 즉 체화된 깨어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깨달음은 무척이나 꾸준히 발전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도 합니다.”

 

진지하게 책을 읽고 잘 이해하고자 하시는 분들에게는 불교에 대한 기초지식과 이해가 필요불가결하다고 느낍니다. 저는 읽을 수 있는 것만 읽는 게으른 독서를 하는지라 모두 이해하려는 목표 없이 내용을 읽어 보았습니다.

 

해탈, 열반, 초월은 흔들림이 없는 마음 상태라고 하는데, 하루에도 지치도록 흔들흔들 거리는 저는 순간 진정을 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은 필요하지만, 아예 흔들림이 없는 상태로 살아가는 일은 목표로 삼은 적이 없었습니다.

 

호흡과 명상이라는 수행을 통해 흔들리는 진폭을 좀 줄여볼 수는 있지 않을까 합니다. 혹은 불필요한 불안을 조금은 진정시키는 상태를 배운다거나.

 

이 책에 따르면 16단계의 호흡 챙김의 목적은 본질적으로 평화롭고 고요한 성질을 갖는 것이라고 합니다. 가끔 잠시라도 그런 상태를 경험해보면 좋겠단 생각을 합니다.

 

“16단계 각각은 하나의 현실에 들어 있는 분리된 특정 측면을 특징으로 하는데, 여기서의 현실이란 살아 있음, 지각이 있음, 그리고 몸, 느낌, 마음, 실제와 지혜라는 가장 중요하고 또 서로 완전히 포괄하는 차원들로 매 순간 깨어날 수 있는 가능성의 현실을 말합니다. 언제나 요구되는 것은 똑같습니다. (...) 호흡에 대한 알아차림과 함께 단지 머무는 것인데, 호흡은 그 어떤 대상보다도 필연적으로 순수한 알아차림과 공존합니다.”

 

두통이 며칠 지속되어 어제 MRI 검사를 하고 다음주 화요일 결과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리고 감사한 이웃이신 정세희 교수 - 뇌질환 전문의이자 교수, 수상 경력에 빛나는 마라토너 - 께서 올리시는 늘 재밌고 유익한 포스팅에 뇌에 관한 내용이 있어 이래저래 오늘은 반드시 운동을 충실히 하겠다 결심을 했지요.

 

걷기 명상으로 시작해서 조금 달리며 깊은 호흡을 하고 나서 읽으니 뭔가 후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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