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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하우스 ㅣ 물구나무 세상보기
김완진 지음 / 어린이작가정신 / 2021년 7월
평점 :
‘이사’에 관한 책을 연이어 읽게 됩니다. 별 생각 없이 간단하게 거주지를 옮기며 살았던 세월이 길었는데, 그건 아마 임시숙소라고 여겨서,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태어나서 자란 최초의 집과 조부모님 댁은 특별한 애착이 있고 온갖 감정이 담긴 공간으로 늘 기억하니까요.
김완진 작가는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이토록 세심하고 이해하고 유쾌하게 표현하는지 놀랍고 부럽습니다.
그림책 저자가 한 분이라 이력을 보았더니 서양화를 전공하고 그림책 그리고 쓰기를 혼자 다 해내시는 분이네요. 이야기 구성이 멋지게 잘 짜여 있어 작화 모두 능력자이신 것도 부럽습니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활발한 아이들은 상상의 친구도 적도 괴물도 상황도 잘 만들어 내고 자기 전에 어둠 속에서 극대화된 상상에 울기도 하고 하소연도 하지요.
어른들 입장에선 무척 귀엽기만 한데 장면들 속 아이들이 느끼는 두려움을 잘 보고 위로할 수 있으면 참 좋은 일입니다.



그림은 엄청납니다. 빈 곳 없이 꽉꽉 채워진 장면들이 아이들 마음에 가득한 걱정과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게도 해줍니다. 무척 아름다운 채색화도 있지만 스포가 되어 소개해드리진 못합니다.
자세히 천천히 보다 보면 작가의 섬세한 표현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문득 집이란 이토록 강렬한 감정의 터널을 경험하면서 익숙해져서 소중해지는 그런 공간이구나 싶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왜 이토록이나 애착이 옅어졌는지 모를 일입니다. 굳이 그런 상태를 이상적으로 원한 것도 아니었는데.
‘집’을 짓고 ‘집’을 만들고 ‘집’에서 살아가는 일에 대해 가만 생각해보니 오랜 고민과 그리움이 다시 떠오릅니다. 딱 붙어 살고 싶은 진짜 ‘집’에 가고 싶은 기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