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마리 유키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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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미스터리 작품 제목으로는 상당히 평범하고 단편들이라 더 부담이 없고단편들의 제목마저 일상적이라 너무 느긋하게 읽었다엄청...... 무섭다친숙하고 평범한 것들이 낯설어지는 순간의 강렬한 공포가 대단하다귀신이나 유령을 무서워하지 않고 살아 있는 사람이 가장 무서운 내게는 극강의 공포소설이다.

 

본인도 타인도 사회도 완벽하게 이해하고 관리할 수 없는 인간 내면의 어두움추악함두려움공포심부조리함그리고 이기심그것들이 실물감을 가진 일상의 소재들에 빙의하니 안전장치가 모두 사라진 세계에 난입한 듯 소름 끼친다. 12월에 이사갈까 했던 생각이 흔적 없이 사라졌다.

 

[] 열쇠를 손에 잡고 넣어 찰칵돌려서 문을 열어본 경험이...... 너무 오래전이다이 단편 때문에 내부를 노출한 열쇠 구멍이 무서워졌다집 안에 있는데 밖에서 누가 찰칵찰칵 열쇠를 돌려 문을 열려고 한다면이사하려고 간 집 벽에 난 무수한 구멍!

 

[수납장포장이사라 하더라도 이사의 고됨을 아는지라 늘어나기만 하고 줄어들지 않는 짐은 정체를 알기도 전해 끔찍하다더구나 엄마와 함께 지내던 사람이 죽고항상 급하게 쫓기듯 이사를 하는 엄마를 보며 느끼는 불안감이 함께라면!

 

[책상] 청각으로 전해지는 공포감이 상상력을 날카롭게 긁어대는 기분이다문제의 원인은 회사인가남편인가.

 

[상자] 이번엔 회사가 이사를 간다그런데 꼭 필요한 상자가 사라졌다문제는 상자 실종이 아니라 인간성 실종인 듯너무 많은 스포일까.

 

[] 나의 옆집에서 가정폭력을 짐작할 수 있는 소리들이 들려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매일 의심 가는 소리를 들으며 불안해하고 잠도 못자는 이들에게 공감하느라 몰입이 심했다폭력과 관련된 어쩌면 평범한 이야기 전개인가 했는데 엄청 기발한 놀라운 설정이다감탄!

 

[] 연작으로 마무리해주는 마지막 작품이다덕분에 이사는 안 가기로 한다뭐랄까이사도 일종의 무서운 체험 중 하나 아닐까요?”

 

다크미스터리를 일본식으로는 이야미스イヤミス라고 부른다 한다읽고나면 기분이 나빠지는 작품을 뜻한다작품으로서는 불평할 바 없이 멋졌다강렬하고 힘차고 단편임에도 충분한 복선과 반전그래도 이사는 (한동안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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