맬로리 - 새장 밖으로 나간 사람들
조시 맬러먼 지음, 이경아 옮김 / 검은숲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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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판데믹 시절에 사람이 마냥 반갑지 않고 낯선 이들은 더욱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우리의 현실도 만만치 않은상상해본 적 없는 세상이다<맬로리>에서도 등장인물이 새로 등장할 때마다 독자인 나도 일단 경계심이 들고 무섬증부터 스친다서글프다.

 

<버드박스>는 소재가 새롭고 특이한 점도영상으로서의 충격적 장면도 압권인 영리한 작품이다인간이 스스로 신체에 제약을 가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발상은 아찔하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조건이다더구나 이런 삶을 강제하는 미지의 것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것이 더욱 숨 막히는 긴장감을 더한다.

 

피해자가 어떻게 공격을 당한’ 사실을 전할 수 있을까이미 미쳐버린 사람들이…….”

 

<맬로리>에서 성급하게 알고 싶은 점은 바로 전작에서 불친절한 설명조차 없었던 이런 내용들이었다. 10년이 지났고 아이들은 자랐다하지만 삶은 여전히 위험에서 탈출하는 것으로 유지된다안전에 대한 강박이 이젠 별로 강박처럼 보이지 않아 기시감과 현실감이 지나치다.

 

절대 눈뜨지 마라!”

 

시각이 차단된다는 상상은 내게 최상위 공포이다듣고 말하는 기능이 없어도 보고 읽고 쓸 수 있으면 그래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그런 의미로 <콰이어트 플레이스> 보다 <버드박스>가 훨씬 더 무서웠다.

 

맹인인데 미쳐버린 사람. (...) 아네트는 단순히 정신이 무너진 게 아니다그 여자는 눈이 보지 않는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시각을 차단했는데시각이 없는 이마저 광기에 사로잡혀 목숨을 내던지다니 소름이 심하게 지나갔다코로나 이후의 일상을 뉴노멀이라 부르는 현재 인류 역시책 속의 구인류에 다름 아니란 생각을 해본다.

 

맬로리 역시 구인류이고살아남기 위한 목적 하나로 더 깊고 좁은 세상으로 숨어야한다가족과 지인들을 잃은 처지라 무슨 일이건 의욕보다 공포가 앞선다.

 

그런데부모님이 살아 계시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생존을 위한 장소에서 위험과 공포가 가득한 세상을 나서는 것이 옳은 선택일까그 과정에서 아이들 역시 위험에 처할지 모른다.

 

우리는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할 거야또 한 번도 가지 않은 데로 갈 거야지금이야말로 우리는 정말로정말로 서로가 필요해.”

 

멜로리는 아이들과 함께 부모님을 찾아 기차에 탑승하지만안대를 벗지 않는다이제까지 자신을 살려준 방식안전을 택한 것이다이에 반해 십대인 아이들은 꿈만 꾸었던 세상을 살아볼 수 있다는 열망에 들뜬다결국 자신처럼 목숨을 걸고라도 새로운 세상을 살고자 이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 한다.

 

맬로리는 언제고 그들이 미쳐버릴 수 있다는 듯이 행동한다그리고 톰과 올림피아는 유일한 목표가 생존인 삶의 가치를 나름의 방식으로 깊이 생각해봤다.”

 

갈등은 거세나 낯선 내용은 아니다세상은 늘 이런 식으로 살아남는데 우선하는 기성세대와 새로운 시도를 마다 않는 미래 세대와의 갈등과 대립이었다이상적인 것은 그 과정에서 공존의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원인을 모른 채 자신의 눈앞에서 죽어나가는 사랑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이성적인 대응 방법을 찾기보다 두려움이 앞서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다그러나 피해자에 머물지 않고 생존자가 되려면생존해 나가려면 체험의 공포를 넘어설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말하기만 쉬운 줄은 잘 안다그래도 막는다고 막아지지 않는 것은 분명 있는 것이다특히나 위험과 두려움을 이야기로만 전해들은 세대라면 더구나새로운 세상자유로운 삶은 얼마나 찬란하고 탐나는 것인지.

 

이렇게 익숙하고 오래 된 주제로도 긴장감을 한편 내내 이어가는 작가의 필력을 새삼 느낀다그 긴장과 갈등의 끝에 작가도 맬로리도 아이들도 모두 바라는 숨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란 희망이 반짝이고 있기 때문인가 싶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크리처는 실존의 부재로 인해 상상 속에서 점점 더 막강해진다<버드박스> <맬로리>도 스릴러 장르라는데 공포물을 만난 느낌이다그들이 안대를 벗듯 우리도 마스크를 벗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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