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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무삭제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38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김운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7월
평점 :
아주 오래 전 개인적 동기 없이 필독서라고 읽었더니 내용은 남았는데 책의 구성은 잊어 버렸다. 무려 한 세기가 지나 만난 현대 지성의 이탈리아 원본 완역은 그 자체로 반갑고 귀하다. 번역본은 어쩔 수 없이 가장 최근의 것을 선호하게 되는 경향이 있어 더욱 그러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전에 읽었을 때보다 이탈리아 역사에 대해 아는 바가 많이 늘지 않았다는 현실이다. 조금씩이라도 이탈리아 역사 공부를 해두었으면 좋으련만.
총 2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내용 중에서 역사에 대한 예시들을 찬찬히 읽으며, 익숙해질 때쯤이면 마키아벨리가 주장하는 바가 좀 더 잘 이해되는 느낌이다.
독자의 경험의 크기에 따라 많이 달라지기도 하는 텍스트라 이렇게 오래 두었다 꺼내 보는 독서도 새롭고 근사하다. 이전에는 단순 명쾌하게 들리던 제안들도 이제는 좀 다르게 읽힌다.
원저자의 의도를 다 알 수야 없겠지만, 정치권력 관계에 따라 몹시 휘둘리던 개인으로서의 불안과 희망과 고찰과 고민 등이 군주에게 전하는 문장들에 담긴 것도 같다.
현재에도 수많은 정치인들이 정독한다는 이 고전을 어떤 목적으로 의미로 읽고 있는지 문득 궁금하다. 오독과 오해를 피할 수 없는 것이 책의 운명이기도 하지만, 악의적으로 자기변명의 수단으로 삼지는 말기를 바란다. 당시의 도시국가의 상황과는 아주 다른 역학이 작용하는 현대 국가가 아닌가.
“군주가 나라를 얻고 유지하면, 그의 수단은 언제나 명예롭다는 평가를 받고, 그는 모두에게 칭찬을 듣습니다. 왜냐하면 민중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일의 결과에 끌리기 때문입니다.”
“군주가 관리를 정확하게 가늠할 방법이 있습니다. 관리가 당신보다 자신을 더 생각하고 무엇을 하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면, 그런 사람은 절대 훌륭한 관리가 될 수 없으며 당신도 그를 믿지 못할 것입니다.”
읽다 보니 일견 군주의 처세술을 강조하는 자기계발서처럼도 보인다. 단 한사람에게 전하기 위해 쓴 글이라 긴 편지글 같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마키아벨리는 이 책을 읽지 않았지만. 1513년에 그가 집필한 책은 2021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다른 독자들이 흥미롭게 읽고 있으니 이 또한 역사의 간지 혹은 아이러니처럼 느낀다.
우리는 공화국이지만 권한이 집중된 대통령제를 택한 탓에 곧 다시 시끄럽고 혼탁한 시간을 맞이할 것이다. <군주론>을 읽는 많은 독자들이 군주와 대통령을 혼동하지 않기를 바란다.
많이들 알고 있지만 잘 떠올리지 않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에 따르면,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즉 굳이 따지자면 공화국의 군주는 모든 국민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가 자신이 주인이고 군주라는 생각으로 다 함께 만들어가는 사회와 국가에 대해 참여하기를 염원해 본다.
지금 읽어서 다시 읽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