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다 생물 콘서트 - 바다 깊은 곳에서 펄떡이는 생명의 노래를 듣다
프라우케 바구쉐 지음, 배진아 옮김, 김종성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7월
평점 :
바다에 비친 별의 개수만큼 평점을 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육지 생물로 환원될 수 있는 고향은 아프리카지만, 지구 생명체로 찾아갈 고향은 결국엔 바다이지요. 바다에서 생겨나 바닷물로 만들어진 생명들 중 하나가 인간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생리식염수란 우리 몸의 체액과 농도를 비슷하게 조정해서 제조한 액체입니다. 혈장과 등장(等張)이라 인체에 주사해서 전염병과 중독 시 수분 손실을 보충하고, 혈압을 회복시키고, 독소 배설을 촉진합니다.
그러니 우리 몸은 여전히 염수, 바닷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혈액(90%)은 물론이고 뇌(75%)와 근육(75%) 등 신체는 물이지요. 그러니 수질을 오염시키고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는 우리는 어떤 의미로 참 겁도 없는 대단한 생명체입니다.
바다는 지구의 70% 이상이라 알려져 있지만 바닷속 장소들과 생물들을 인간은 잘 알지 못합니다. 바다를 사랑하는 저자가 쓴 이 책은 “바닷물 1리터에는 100억 개의 바이러스 10억 개의 박테리아 1000만 개의 식물성 플랑크톤 1000개의 동물성 플랑크톤이 들어있다”라는 설명으로 시작합니다.
아마존이 지구의 허파라는 소개는 많이 들으셨지요. 식물성 플랑크톤은 지구 산소의 반 이상을 생성하는 ‘바다의 초록색 폐’입니다. 지금껏 인간이 저지른 온난화를 가속시키는 일들을 늦춰주고 무마해준 것도 바다입니다.
그에 대한 인간의 보답은 고농도 DMS 냄새가 나는 플라스틱을 버려서 바다 생물들이 먹이로 인지하고 먹다 죽게 만드는 것이지요.
육지의 열대 우림만 망가뜨린 것이 아니라 해양의 열대우림 산호초도 거의 멸종시켜서 세계 물고기 중 25%의 생활공간을 없앴고, 그 덕분에 산호초의 외골격을 이루던 아라고나이트 - 탄산칼슘CaCO3과 동질이상 - 가 더 이상 생성되지 않아 바닷물도 산성화되고 있습니다.
탄산칼슘이 이산화탄소와 접촉해사 만드는 염이 산성 탄산 칼슘Ca(HCO3)2인데 그런 화학 반응이 일어나지 않으면 탄소 농도를 줄일 수가 없습니다.
제 소개글 때문에 숫자와 화학 기호들이 나와서 이런 책 못 읽겠다 하시는 분들은 목차를 보고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를 먼저 찾아 읽어도 좋겠습니다.
저는 단연 심해입니다. 조류에 휩쓸려 두 번이나 조난될 뻔해서 빛이 닿지 않는 검은 바닷물 색을 무척 두려워하지만, 안전한 책이니까요. 기술적인 한계로 연구 자료가 적어 아직도 미지의 세계이지요.
특히 제가 몇 달 전 추천 드린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의 문어와 더불어 심해에 사는 문어이야기는 신비롭고 놀랍습니다. 문어숙회나 튀김만 드시지 말고 살아 있는 문어도 한 번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s0LTDhqe5A
심해 문어는 중앙 해령의 심해 열수 분출구에서 출산을 합니다. 먹지도 않고 수년간 알을 품고 있다가 부화가 되면 생을 마칩니다. 여러 해 전 읽은 내용인데 이 책 덕분에 다시 기억을 복원하고 내용을 더 보충해 봅니다. 그때 이후로도 깊고 넓은 바다에 대해 아는 게 늘지 않았네요.
http://ecotopia.hani.co.kr/247615
5장의 이야기는 아마 가장 충격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대면성교를 통해 유성생식을 하는 인간의 성행위 방식이 정상, 보편, 기준인 우리로서는 해양 생물의 짝짓기 에피소드들은 기존의 빈약한 정보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빈약한 상상력을 절실히 깨닫게 합니다.
경고! 무척 놀라실 수도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에 대한 애정이 큰 저자 -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thalassophile - 가 가득 채운 바다이야기들이 정말 멋집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바다를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그런 마음으로 연구한다는 마음을 느낍니다. 이 책을 만들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도 듣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모두 바다를 사랑할 겁니다. 바다 앞에 서면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바닷물 속에 몸을 담그면 어떤 느낌이었는지, 새벽, 아침, 한 낮, 저녁, 밤바다를 떠올려 보시길 바랍니다.
저는 물을 무척 좋아합니다. 4살 때 어머니 손잡고 서 있다 바닷물이 들어와 완전 잠겼는데 연속 사진들을 보면 잠기기 전, 잠긴 후에 똑같이 웃고 있습니다. 물 안에 머무는 시간이 좋고 몸의 거의 모든 통증이 사라지고 기분도 좋아집니다.
사실 은밀하게 바다생물에 가까운 진화 과정을 따로 겪었을 지도 모른다고 믿는 중입니다. 해가 질 때까지 물속에서 버티다 아쉬워하며 나오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다이빙을 하며 바라본 21세기의 바닷속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제주 우도 앞 바다가 쓰레기장 같더군요.
망가지던 말건 상관 없이 식재료를 긁어모으고, 광물 자원을 채굴하고, 쓰레기와 오염물질 내다 버리고 모른 척 살아가는 일이 정말 재밌고 신나는 이는 없다고 믿습니다.
다행인 것은 탄소 규제나 산업에서의 변화, 상품들의 무라벨 출시, 해양 작업 관련 변화를 이끌어내는 소식들이 들려옵니다. 외면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이제라도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경이와 경외를 번갈아 느끼고 슬픔과 아픔을 느끼며 여러 충격을 받으며 읽었습니다. 그래서 부디 더 많은 분들이 읽으시면 좋겠다고 힘껏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책 속 사진들을 찍어 올리려니 원본의 아름다움이 망가져서 제가 들락거리는 주한호주대사관의 사진들을 대신(?) 제 맘대로 올립니다. 바다 가까이 사시는 분들이 지금은 바다만큼 부럽습니다.
출처: @ausemb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