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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지구 안내서
가와무라 와카나 그림, 후쿠오카 아즈사 글, 김한나 옮김, 소여카이 감수 / 생각의집 / 2021년 6월
평점 :
감수한 소여카이란 분은 퍼머컬처 공동체 일을 하시는 공생 혁명가라 한다.
* 퍼머컬처Permaculture : 지속적인permanent + 농업 agri- + 문화 culture 합성된 언어들은 이러하니 대략적인 의미는 짐작하실 것이다. 이 과학 분야에는 건축과 농업시스템과 문화생활 등 다양한 분야가 함께 할 수 있다.
상상해봐
자신이 직접 키운 형형색색의 채소와 과일이 열리는 밭
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꿀벌은 꿀을 빨라 찾아오며
작은 새도 놀러오는 곳.
너도 그런 장소를 충분히 만들 수 있어.
스스로 키울 수도 있어.
텃밭은 네가 원하는 것을 키우는 장소야.
퍼머컬쳐를 전공한 다정한 친구가 있다. (...) 같이 퍼머컬처 공부해 보자고 오래 설득했지만 (...) 콤포트스compost 만드는 법만 강제로 배웠다. 아주 유용하고 감사하게 현재도 활용 중이다. 덕분에 커피찌꺼기는 발 발효되어 화분으로 이동하고 내 죄책감은 조금 줄어든다.
텃밭에 심을 수 있는 작물들과 동반식물들에 대해 귀여운 그림들과 더 귀여운 설명들을 해두어서 그림책에 혹한 듯 계속 읽고 보고 한다. 이런 방식의 독서 오랜만이고 아주 행복하다.
‘자연의 형태를 찾는다’란 페이지도 정말 좋다. 물리학에서 프랙탈fractal을 배울 때 자연이 자기 복제 형태를 이룬다는 것을 알고 우주의 비밀을 엿본 듯 설레었다.
“지금 네가 씨앗을 심고 언젠가 큰 나무로 자라서 맛있는 열매를 맺으면 우리는 그 열매를 먹지 못하더라도 미래에 태어날 아이들의 삶은 풍족해지지. 그런 식으로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과 미래의 모든 생명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면 반드시 아름다운 세계가 펼쳐질 거야.”
참 품격 있는 생각이고 그들은 이 가르침에 따라 살았을 것이다. 7세대는커녕 제 자식 살 미래도 아랑곳없는 현주민의 무리로서 무람한 기분이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란 표현을 자주 들으실 듯하다. 산업혁명이후 인간이 사는 방식을 제외하면 쓰레기waste, 즉 순환되지 않고 낭비되는 것들은 없었다. 즉 근대 인간이 등장하기 전에는 제로 웨이스트였다가, 인간이 순환하지 않는 쓰레기를 ‘발명’하면서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했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쓰레기이다. 지구를 다 뒤덮을 정도이니! 쓰레기는 ‘당연히’ ‘늘’ 발생하는 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시면 좋겠다.
쓰다 보니 또 뾰족하니 못되지는 글이지만, 그건 글 쓰는 내 문제이고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어찌나 다정하고 희망적이고 상냥한지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이다. 무언가 뭉클한 위로이다.
“너야말로 희망 그 자체야. 살아 줘서 고마워.”
언제나 기준이 ‘이전보다 좀 더 나은 Better than before’인 나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같은 작은 도시가 생겨나는 것이 가장 큰 꿈이고 간절한 상상이다.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믿으니 더 안타깝다.
“돈은 힘이 있고 매우 편리하게 보여. 그렇지만 돈을 마련하려고 바쁘게 일해서 지친 사람이나 돈이 없어서 괴로워하는 사람도 많잖아. 돈이 없어도 주위에 있는 자원을 모아 자유로운 시간 속에서 아이디어를 짜내어 풍족하게 살아가는 힘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지금 나는 이전의 사람들이 심은 나무열매를 먹으며 다음 세대가 먹을 나무를 심고 있어. (...) 쭉 이어지는 길의 도중에 나무열매나 예쁜 꽃을 남길 수 있는 것이 지구에 대한 감사 인사와 미래에 대한 약속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