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텍스트를 구하던 시절에는 정말 교과서처럼 이런 저런 책 목록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일단 개론서는 원작과 번역이 얼마나 훌륭하든 엄청난 인내과 체력과 끈기를 가지고 읽어야 한다. 나중에는 완독을 위해 읽기 하나 눈에만 비치고 뇌 속으로 들어오지 않는 신비체험도 하게 된다.
철학이 괴짜들의 괴딴 이야기들만이 아니라 진지한 근원적인 학문으로 소개되고 이해받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특히나 ‘철학관’들이 즐비한 한국의 상황은 철학 자체에 대한 오해와 오독이 더욱 공고했던 시절도 짧지 않았다.
더 이상 개론서도 전공서적도 읽지 않지만, 멋지게 갈무리된 대중서로서의 철학책이 끌려 읽을 때도 있다. 역시 좋다. 일상에서 수다를 열심히 떨지도 않지만 깊고 끈질긴 탐구적 대화도 부족하니 간혹 그런 추적 자료와도 같은 논리적 귀결을 따라가는 일은 즐겁다.
이 책은 북캉스 말고는 뭘 할 수 있나 싶은 시절이라 강박처럼 책을 구비하고 싶은 마음에 쏙 드는 멋진 책이다. 철학책이고 만화책이고 모르는 철학자들이 여전히 등장하니 재밌게 읽고 즐기고 배우는 기쁨이 공존한다.
두 종류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이 신의 한 수!라 여겨지는 구성이다. 그들의 대화를 듣다 보면 철학을 설명하는 캐릭터보다 설명을 듣고 배우는 캐릭터에 공감하고 몰입하기 좋기 때문이다. 나도 궁금한 질문을 대신 해주는 존재가 될 때도 있다.
재밌는 유머들도 있고 사투리도 나오는데 내용만 보면 철학적으로 허술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서양 고대 철학편이란 설명이 있듯이 고대 철학에 대한 큰 맥락을 따라 가며 꼭 만나야할 철학자들과 그들의 철학을 꼭꼭 짚어준다.
즉 서양 고대 철학에 대해 한 줄기로 쭉 정리되는 내용을 익힐 수 있다. 모르던 철학자들에 관한 내용을 읽고 나니 좀 뿌듯하다. 역시 지식은 일단 쌓는 맛!
이후 출간된 책들까지 읽게 되면 서양 고대, 중세, 근대, 현대에 이르는 쉽지만 부족하지 않은 철학사적 지식이 생길 것이라 기대한다. 접근성과 가독성이 좋은 인문교양서!
! 단점 하나 : 3분 철학이란 제목 때문에 자꾸만 컵라면 생각이 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