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로 (리커버) 버지니아 울프 리커버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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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심하게 아름다운 표지 덕에 읽기 전 Milton Avery* 의 작품들 찾아보느라 여러 날이 지났다낯설고 즐거웠다작업 방식도 그가 담은 여성들의 모습들도이들도 모두 자신만의 등대로’ 걸어 혹은 뛰어 또는 기어서라도 나아갔던 이들이겠지…….


Milton Avery(March 7, 1885 – January 3, 1965) : 버지니아 울프와 동시대 사람으로 활발히 활동했던 미국화가이다주로 여성의 모습을 독립적으로 화폭에 담았다.

 

나는 이제 누가 칭찬하지 않아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 순간을 살아라 (...)”

 

예술적인 표지와 단단히 결합한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들이 펼쳐지고 흘러가고 번져 나간다모든 활자가 화가의 붓터치처럼 다채롭게 명도와 채도를 달리한다.

 

램지부인램지여덟 명의 자녀들릴리뱅크스...

 

언어로 수렴되는 삶이 마침내 완성된 화가의 작품처럼 풍경으로 추상으로 떠오른다어떤 색들은 죽음과 고통을 깊이 표현하였고 어떤 선들은 담담하게 삶은 이렇게 관찰되었다고 기록한다.

 

삶이란 사람들이 제각기 겪는 사소한 사건들로 이루어졌지만물결과 더불어 사람을 들어 올렸다가 해안에 부딪혀 함께 내던져지는 파도처럼소용돌이치는 그 사건들이 전체를 이룬다는 것 (...)”

 

삶도 생명도 어쩌면 이렇게도 허약할까이토록 부서지기 쉬운 것들이 형태를 유지하는 모든 순간이 기적이다그 서글프고 서러운 짧은 시간을 온전히 누리며 사는 일은 왜 어렵기만 한지.

 

오랜 친구의 어머니 발인을 멀리서 추도하게 되어 늦은 밤 통화하며 한참을 울었다잘못한 일은 없지만 잘해 드린 일도 없어 죄송했다위로해주고 싶은 이가 있을 때 이 세상은 갑자기 너무 멀고 넓어지기만 한다.

 

인간의 온갖 나약함과 고통 너머로 손을 뻗은 채 쭉 거기 서있는 등대관용을 품고 연민을 느끼며 인간의 궁극적인 운명을 내려다보고 있는 등대.”

 

우리 각자의 허술한 배 한척은 지금도 어두운 바다 위에서 길을 찾으려 방향을 잡으려 버둥거린다전설의 땅이 있다고 들어서... 믿어서바다 위에 던져진 이상 더 나은 선택은 없다여정을 마치는 수밖에.

 

우리는 각자 홀로 죽어갔지.”

 

울프는 소설이라 이름 붙이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그렇다면 고유한 시선에 붙들린 이 서사들은 무엇이라 불려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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