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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침묵에 신의 눈물이
박인순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6월
평점 :
작가를 이유로 작품을 읽게 되는 경우가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경우는 이미 전작들을 통해 좋아하게 된 작가의 신작을 다 읽고 싶어 읽는 경우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작가에 대해 전혀 모르지만 작가 소개를 읽고 작품이 읽고 싶어진 경우라 해야겠다.
가장으로 살았다. 직업은 21가지나 전전했다. 검정고시와 독학으로 공부했다. 사는 동안 온갖 시련을 겪었다. 40대에 아이들을 여동생에게 맡아 달라는 유언을 건네기도 했다. 고전 읽기와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다. 예순이 다 돼 문학을 시작했다. 지구라는 아름다운 별에서 두발로 서서 글을 쓸 수 있는 행운을 갖게 해달라고 빌었다. 70세에 첫 수필집을 출간했다. 소설을 쓰면서도 생계를 이유로 일은 두 개를 했다. 구상부터 완성까지 4년이 걸렸다. 73세에 장편 소설을 출간했다.
소설의 주인공 이진호는 중년 남성이다. 30년을 가족을 사랑하고 책임을 다 하고 남은 생은 자신을 위해 살고 싶어 떠나는 사람이다.
더 정확하게는 퇴직과 동시에 모든 재산을 아내 앞으로 남기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찾아 떠나려 한다. 반드시 찾겠다고 신 앞에서 약속한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는 금남로2가에 위치한 지점은행 직원이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열흘간 대중교통 마비로 걸어서 퇴근하면서 직장 동료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매형 이진호의 삶은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충실했다. (...) 말을 안 해도 될 때는 과묵했고 곡 말을 해야 할 때는 합리적인 타협과 이해를 시키려고 해서 정말 존경했다. 그는 누구를 비난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남달랐다.”
작가는 한 인간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고 한다. 그리고 보편 윤리와 상식을 초월하는 이별의 모습을 담았다고 한다. 장편에 가득 담긴 주제들은 저자가 믿는 존엄, 행복, 이해, 배려, 진실 등의 묵직한 것들이다.
삶이 시작하는 계기는 누군가의 사랑이고, 태어난 생명에 대해서는 책임과 의무가 있으며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노력으로 이루는 매일이 행복이라고 한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자신의 의지로 태어나지 않고 부모를 선택하지도 않았지만, 누군가들은 버려지고 학대당하고 상처 받고 더 끔찍한 일도 당한다.
폭력의 극한 상황이 아니라 하더라도 부모가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편하고 무사할 리도 만무하다. 저자는 이런 사회적 불행에 안타까워하고 아파한다.
존재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인간관계의 윤리는 최선을 다해 지켜져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동시대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행복하게 살다 갔으면 좋겠다. (...) 인간다운 책임과 약속이 지켜지는 가치가 그리운 세상이기에 (...)”
하나같이 어려운 역할이다. 진실한 사랑을 하고 약속을 지키고 책임을 다하고 오랜 세월 자신을 잃지 않고 원하는 것을 잘 알고 가족을 떠나는 일에 대해서 가족들에게 제대로 이해받고. 나는 그저 좀 더 행복한 사랑이 많으면 좋겠다.
사직공원에서 9월에 독자와의 만남을 가질 예정이라고 하시는 데 잘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좀 더 나이가 적은 독자인 나보다 훨씬 충실하게 꿈을 실현시키는 에너지를 가득 가진 분이시라 건강을 바라는 말이 사족처럼 느껴진다.
전남 사투리에 익숙지 않아 읽는 속도가 더뎌졌다. 말맛을 제대로 몰라 그 점이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