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명상 - 소설가 이수의 자전적 명상 에세이
이수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떨결에 어떻게 명상을 할 수 있는지 얼떨떨해서 사전을 찾아보았다.

 

얼떨결 : [명사뜻밖의 일을 갑자기 당하거나여러 가지 일이 너무 복잡하여 정신을 가다듬지 못하는 판.

 

그리고 명상이라는 단어가 가진 여러 함의들과 이해되는 방식들에 대해서도 오랜만에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명상을 가르쳐준 분은 틱낫한 승려시지만 종교적인 내용은 전혀 없어서 명상이 종교인들의 수행법으로 시행되던 시절을 제대로 살펴 본 적이 없다동양적종교적고행과 극한의 자발적 가난 등이 명상에 대한 초기 이미지였던 듯하다.

 

지금은 거의 일상 용어처럼 쓰이고 종교적 행위와도 많은 거리감이 생겼고 명상을 위해 고행과 가난을 전제하는 것이 설득력을 가지는 주류는 아닌 듯하다.

 

내가 배운 명상은 Be present. 즉 어디 다른 곳 다른 장소에 생각을 두고 허깨비처럼 현재를 낭비하지 말고 지금여기에서 스스로가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집중하는 사고훈련법에 가깝다.

 

이 책의 저자 역시 특별한 사람이 특별하게 하는 수행이 아니라 누구나 일상에서 계기가 되는 것들을 잘 살려서 명상을 하며 덜 놓치고 더 풍요롭게 삶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아무래도 물질에 매이게 되면 정신적 추구가 취약해질 수는 있다. (...) 그런데 먹고살기 빠듯한 상황에서 마음공부 하는 것도 무척 힘들다.”

 

당연한 말이지만 간혹 극단의 길로 달리자고 하는 주장들이 없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하면 좋겠다란 나의 소박한 신념을 떠올려 본다


자는 이에 더해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러 방법들을 친절하게 제시해준다내가 걷기 명상을 선택했듯 독자들도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을 택해 시도해보면 좋겠다.

 

돈을 잘 쓰는 것도 마음공부 중에 하나다. (...) 내가 세상에서 혜택을 얻었으면 그 이상 베풀 수 있어야 한다.”

 

마음 가는데 돈 가는 건 진리그러니 소비내역은 스스로의 세계관뿐만 아니라 감정 상태도 보여준다환경에 대한 염려가 큰 사람이 환경에 유해한 소비를 계속하는 것은 이론과 일상의 불일치이고연애하는 사람이 더치페이만 고수하고 내가 뭐뭐 해줬네 계산을 하는 것은 마음이 없는 것이다돈 쓰는 일도 연장된 명상 훈련이 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얼마나 많은 도움의 손길이 나에게 있었는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사람들에게 도움 받은 일도 참 많지만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들의 덕으로 살고 있고 살 수 있다다 아실 지도 모르지만,

 

양으로 측정해보면 전 세계 농작물 생산의 35퍼센트가 벌이나 다른 꽃가루 매개자에 의존하는 식물에서 나온다. (...) 단순히 음식 종류의 측면에서 보면 비율은 4분의 3이 넘는 것처럼 보인다상위 115가지 농작물의 75퍼센트 이상이 꽃가루 매개자를 필요로 하거나 꽃가루 매개자의 혜택을 입고 있다.”

 

세상은 우리가 없어도 되지만 벌이 없으면 안 돼요.”

 

<벌의 사생활>


결국엔 명상도 삶도 매 순간 선택의 문제이다고전적이고 영구 미제처럼 들리는 질문과 함께 고민해야할 문제이다어떻게 살 것인가 선택도 책임도 각자의 몫이다.

 

다만 귀하고 짧은 삶을 보다 충실하게 잘 살 수 있으면 좋은 일이고우리가 도움을 받는 것들을 모두 다 알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가 세상에 끼치는 해로움도 다 알지 못한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그러니 가능한 심사숙고하고 행동하며 해를 덜 끼치는 방향을 향해 살 수 있길 나는 내 명상 길에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