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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키플레이어 - 암호화폐 거래소
김가영.조원선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다른 무엇도 아니고 화폐를 국가 이외에 발행이 가능할 것이란 생각은 아예 개념상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받아들일 수 있었던 불쾌하지만 납득이 간 가장 괴이한 화폐는 유럽통합화폐 유로화가 마지노선이었다.
유로화 이전에 유럽에 익숙했던 지라 각국의 화폐가 모두 사라지는 일이 끔찍했고 경제 순위의 앞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는 국가들의 물가가 급등하고 사람들이 우울해지는 광경도 속상했다.
달러에 대항하기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적어도 30%의 경제력이 약한 나라들과 각국의 가난한 이들에게는 ‘좋은 일’ 희망적인 일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유럽의 사회안전망은 한국인인 내가 걱정하는 건 어불성설일 만큼 튼튼한 면들도 많지만. 나는 이후 유럽의 극우화 경향이 이런 단칼에 경제 시스템을 바꾼 후유증에도 기인하는 바가 있다고 믿는다.
어쨌든 그 시절이 무색할 만큼 암호화폐, 가상화폐, 비트코인.... 이런 이름의 발명품들이 등장했다. 기업이나 포탈에서 가상화폐 개념을 활용한 세월이 짧지는 않았다. 싸이월드의 도토리나 각종 포인트도 일종의 화폐 대체제이다.
하지만 그런 스케일과는 달리 기업들이 블록체인에 기반해서 너도나도 코인 발행을 하고 투자상품으로 거래되고 금융상품으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솔직히 초기 ‘소동’이 가라앉기를 지켜본다는 심정이었는데, 산업계에 규제와 가이드라인이 제안되더니 세계 1, 2위 거래소도 블록체인 특허 보유 2위 기업도 한국에 있다고 하고, IT 기업들과 대학, 연구기관들이 업무제휴 요청을 공격적으로 제안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부의 규제를 비난하는 목소리들이 커졌고, 어쨌든 초기의 광풍은 사그라들고 한 달에 100배 폭등으로 판단력 자체를 잃은 투자자들도 대기업들도 검증의 시간을 가졌다.
인구대비 사기범죄 1위 국가의 면모 답게 국내에서 사기와 투기가 혼재하는 동안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장은 전 세계에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봄, 미국에서는 비트코인으로 일상 결제가 가능하다는 친구의 말도 들었다.
시작되면 사멸까지 외부에서 흐름을 막거나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간절히 필요한 법 하나 발의, 제정, 시행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분노와 기다림을 반복한 경험에 비추어, 2020년 3월에 암호화폐 거래에 관한 특금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암호화폐가 소득으로 분류되고, 2022년부터 거래 소득세가 부과된다고 하니 현실 구체성을 확보해나간다는 것이다.
화폐만 뉴노멀하지 말고 관련 산업도 종사자들도 뉴노멀하게 바뀔 순 없는 건가 하는 씁쓸한 기분이 있었는데, 다행히 거래서 빗썸은 청년 인력 4000여 명을 채용 선언했고 콜센터 상담원 230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나는 잘 모르고 낯설지만 그렇지 않은 청년 세대는 어쩌면 채용 기회와 창업의 희망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서 찾아낼 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한국의 대표 거래소들에 대한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실적표와 재무상태 등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러니 투자방법을 알려 주는 책이 아니라 시장과 거래에 대한 판단을 도와주는 가이드라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호도하는 면은 전혀 없는 충실하고 진지한 책이다.
거래소의 성과와 성장을 보면 한시 바삐 참가하고 싶지만 암흑기와 흑역사를 보면 멀리하는 게 손해를 막는 유일한 방법처럼도 느껴진다. 투자란 늘 투자 당사자의 결정과 책임이니 잘 판단하시길!
화폐에 대해 무척이나 완고한 보수주의자인 나는 거리를 좁히기가 쉽지 않을 듯하지만 광풍의 도가니 속에서 친구가 30%의 이익을 보고 마감을 했다고 하는 소식은 안심이다 - 아쉽게도 아주 소액 투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