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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자 신데렐라
리베카 솔닛 지음, 아서 래컴 그림, 홍한별 옮김 / 반비 / 2021년 5월
평점 :
아주 먼 옛날~ 20세기 어느 날, 프랑스 ‘실루엣 애니메이션’이라는 작품을 처음 만났다. <프린스 앤 프린세스> 보고 보고 또 보며 마치 애니메이션 종사자가 될 것처럼 집착하고 사랑했다. 홀렸다가 맞는 걸까. 지금도 집에 CD가 있다 - 옛날 옛날 CD라는 물건이 있었답니다.
어쨌든! 리베카 솔닛 저자가 반가운 만큼 실루엣으로 표현된 일러스트에 두근거렸다.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설레는 멋진 책이다. 내용은 아주 솔직하게 말하자면... 많은 기대를 하진 말자고 읽기 전에 생각했다. 솔닛이지만, 솔닛이라하더라도 직진하거나 삐끗하거나 뭘 하든 재밌게 쓰면서 새로운 감동을 주기가 무척 힘든 작업이라 생각했다.
“영원히 행복하게 산다는 건 있을 수가 없고, 그냥 잠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듣고 나면 오늘밤이 올 테고 다음에는 내일 아침이 오고 그리고 그다음 날, 또 다음 날이 오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고, 지구는 해 주위를 돌고 도마뱀은 햇볕이 따스한 벽에 붙어 있고 생쥐는 달밤에 케이크 부스러기를 먹으러 밖으로 나오겠지.”
그래도 그림들에 행복해하며 기대 이상 유쾌한 내용들이 재밌어 하며 남은 분량을 아까워하며 읽었다. 그러다 소름!! 척추를 흐르는 뜨거운 느낌은 전율인 건가.
“쿠키와 사랑을 나눠 주고 자유가 어떤 것인지 이야기해 주는 신데렐라를 사랑하는 동네 아이들도 있지. “하지만 친구들은 이제 신데렐라라는 이름은 쓰지 않는대. (...) 이제는 다들 원래 이름으로 불러. 이렇게.”
엘라.
“신데렐라(Cinderella)에서 ‘신더(cinder, 재)’를 빼면 ‘엘라’가 된다는 사실은 그때는 미처 생각 못 했고 글을 쓰는 도중에 떠올랐어요. 리베카 솔닛
반 백 년을 살도록 한 번도 생각 못했다. 말하자면 신데렐라란 명명은 대상자를 모욕하고 놀리기 위해 부르는 일종의 학대의 장치인 것인데, 그런 관계 속에서 벗어나 제대로 온전히 살라고 응원하며 본 이름을 찾아 불러 줄 생각을 못하다니.
아주 좋아하는 동화는 아니었고 어릴 적엔 그런 생각을 못했다 쳐도
“그래서 신데렐라는 놀림 받기 전 이름이 뭐였어?”
왜 아무도 묻거나 궁금해 하지 않았을까 - 저랑 제 지인들만 처음 듣는 건가요.
이게 다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살았습니다’가 주는 망각의 효과라 우겨 보려 해도 큰 위로는 안 된다.
이래서...... 리베카 솔닛 책은 의심 말고 믿음으로 앞으로도 감사히 다 읽는 걸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