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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만드는 사람 나폴레온 힐
정형권 엮음 / 밥북 / 2021년 5월
평점 :
어린 시절이야기부터 일대기처럼 구성되었다고 해서 우리집 십대들과 함께 읽기 좋은 우리 시대 위인전이자 에세이가 아닐까 기대했다. 읽다 보니 저자가 활동하신 시대와 내용으로 미루어 아이들은 무리일 듯하고 내 세대는 공감할 내용이 충분한 이야기들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성공 당사자의 삶보다 더 눈에 띄는 인물을 발견했다. 거의 이 집안 모두를 구원하러 나타난 듯한 새어머니이다. 확신에 차 있고 설득력 있는 발언력을 가졌고 동기 부여와 실천을 독려하는 능력이 탁월한 초월적 인간처럼 느껴지는 분이다.
“어머니는 나뿐 아니라 아버지의 인생도 뒤바꾼 것이다. 대장장이를 치과 의사로 변신시킨 어머니는 진정한 성공철학자였다. 아버지의 장점과 강점을 파악해 동기를 부여하여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했다. (...) 동기부여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가는 과정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나는 모르고 남들은 다 아는 분들을 만나는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나폴레온힐Napoleon Hill - 세계적인 성공학 연구자, 미국 대통령 고문관, 미국 대통령 홍보담당 비서관 - 은 공직 이력 뿐만 아니라 철학자로서 유명한 분이었다. 미국철학자를 잘 모르는 나의 무지의 결과이다. 그런 힐을 독려하고 결과적으로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인물 중 한 명이 새어머니이다.
물론 그 모든 경험을 이야기로 잘 갈무리해 전해주는 존재는 저자이고, 불연속적인 경험들을 자신의 철학 안에서 통합해서 이해 가능한 설명을 해주는 것도 저자이지만.
“당신의 마음은 항상 자신이 생각하는 것들을 끌어당긴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걱정이나 근심도 생각의 조각이다. (...) 당신이 어떤 생각을 주로 하는지 항상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 인간에게 진실로 가치 있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지식이다. (...) 마음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연마하라.”
: 자신이 경험한 시간들을 드라마처럼 펼쳐서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듣기에 ~하라! 식의 조언들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이후에 많은 제안과 설명이 따른다. 스스로의 경험과 실패와 방향 전환도 드러내어 어떻게 그 과정 속에서 우리에게 뼈대가 생기고 근육이 붙는지 자연스러운 이야기들로 공감하게 한다.
“많은 사람이 단순한 바람과 목표를 혼동합니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거나 큰 집을 사고 싶다는 것 등은 목표가 아니라 바람입니다. 바람만으로는 열망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 한계는 오로지 자신이 만든 것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해 당장 명확한 목표를 세워야지요.”
: 해석 나름일지 몰라도 영어권의 wish란 단어는 실은 아무 내용도 의미도 없는 빈 말이라는 과격한(?)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 단어 자체에 실패와 부재를 담지하고 있다고 했다. 위로와 회한을 담은 잠시의 바람이랄까. 모국어가 아니라 미묘한 감성까지 미처 몰라 재밌고 서운했던 양가적 감정이 기억난다. 그런 의미로 바람은 목표와는 전혀 다른 언어력을 가질 것이다.
“내가 배우고 싶고 감동적인 생애를 살았던 인물들을 골라 그들의 바람직한 성품을 내 안에 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나는 이들과 매일 밤 상상 속 회의를 하기로 했다. (...) 잠들기 전 조용히 눈을 감고 그들과 함께 테이블에 둘러앉은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다.”
: 나도 이런 구체적이고 활발한 상상력이 있다면 좋겠다. 어릴 적엔 만나고 싶은 존재들 - 오래전 별세한 위인들부터 해저 깊이 사는 흰수염고래까지 - 원하면 꿈에서 만나기도 했는데, 뇌활동의 의식과 상상 영역이 점점 노화되는지 꿈쩍도 안 한다. 혹은 신나게 만나고도 기억을 전혀 못하는 건가. 어느 쪽이건 서글프다.
‘인간의 성공과 실패를 연구하여 모든 사람이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성공의 원리를 체계적으로 정리, 대중에게 보급한다.’는 하나의 연구 주제에 평생 몰두했던 만큼, 이 책의 흐름 역시 해당 연구 주제를 설명하는 사례처럼 느껴진다. 1인칭으로 서술한 일대기 형식이 철학인문서의 문턱을 낮춰 소설이나 드라마처럼 접근하기 쉽게 만든 것은 분명하다.
카네기를 만난 시간부터 카네기가 소개해준 500여 명의 인사들을 만나고 인터뷰하고 분석하고 정리하고 다시 2만여 명이라는 확장된 만남을 통해 그들의 생활을 분석하고 상당하면서 자신의 철학을 완성시켰다. 텍스트와 이론으로 두지 않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중화한 덕분에 많은 일반인들이 자신들의 삶에도 적용해 볼 수 있었다.
수년간 애써 쓴 논문을 과연 몇 명이나 제대로 읽을까 생각하면 몹시 우울해지는 학계의 일반적인 현실에서 부럽기도 한 일이다. 더구나 누군가 덕분에 삶이 정말 달라졌다고 하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인문학을 하는 보람을 실감하는 순간일 것이다.
일독 후 그리운 조부님 세대의 진지하고 성실한 학자를 만난 묘한 향수가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세상이 급변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 인간이 세대를 거치며 축적한 많은 것들이 잘 활용되지 않는 것도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