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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글쓰기 - 혐오와 소외의 시대에 자신의 언어를 찾는 일에 관하여
이고은 지음 / 생각의힘 / 2019년 11월
평점 :
“남성을 기본값으로 삼아온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모든 여성은 언제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질문하는 숙명에 놓인다. 글쓰기가 나로부터 출발해 주변을 관찰하고, 공감하고, 흡수하고, 대화해가는 소통의 산물이라는 점에서도 여성에게 적합하다. 여성의 성찰은 실존적이지만 열려 있고 또 자유롭다. 땅에 발을 디딘 채로 저 너머의 새로운 세계를 꿈꾼다. 이는 생물학적 성별을 떠나, 사실 누구에게나 내재된 ‘소수자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신의 주변성과 비주류성을 발견하는 일, 그로 인해 눈길이 가닿게 되는 우리의 무수히 다른 삶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다.”
: 누구에게나 내재된 소수자성. 이점이 좀 더 잘 이해되고 공감되면 논의도 감성도 사회도 진화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외부에 ‘소수자’가 존재하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 있는 정체성으로서 살펴보는 일. 고유한 존재들은 모두 단 하나, 소수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자신의 언어는 사회 속에서 나의 존재를 명확히 인지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나에 대해 쓰다 보면 스스로의 처지가 뚜렷해지고,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 알게 된다. 여성은 삶에서 경험한 차별과 소외, 배제를 통해 사회의 부당한 질서를 인지하고 꿈꾸던 이상과의 격차를 느끼며 인지 부조화를 겪는다. 이를 견딜 수 없어 사회 변화를 추동해야 하는 당위를 얻고, 자신을 설득해서 스스로 움직이게 한다. 여성의 글쓰기란 새로운 자신과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기 위한 주문 의식과도 같다.”
: 결핍이 동력이 되어 충족을 마련하는 글쓰기. 말하고 읽고 쓰고 변화하고. 더디지만 확실히. 읽고 싶은 책, 읽어야 할 책들이 매주 마구 쏟아진다. 신간 소식들 읽어 보다 문득 바라 본 책장에 언제 도착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 신간이! 역시 책은 읽은 것이라기 보단 일단 사는 것...인가. 새로운 세계를 들려주는 책이 좋다. 그런 책들이 없었으면 진작 호흡곤란이 왔을 터.
“과연 나의 삶만을 개선해서 될 일인가. 사회라는 거대한 그래프 속에서 나의 좌표를 좀 더 나은 지점으로 옮겨놓는다고 해서 나의 삶은 완전해질 수 있을까. (...) 개인의 노력이나 혹은 정신승리를 통해 애써 고통의 좌표에서 탈출했다고 느끼더라도 그것이 과연 진정한 해방일까. 내가 벗어난 자리에 또 다른 누군가가 그대로 서서 나와 똑같은 고통을 반복한다면 우리의 행복은 온전하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은 것이 아닌가.”
: 옆집이 굶으면 마음이 불편해야 하는 것이 인간다움이라 배웠는데 나만 배부르면 된다고 외치는 목소리들이 더 커서 놀랐다. 중요한 공감의 문제이다. 자신이 빠져 나온 지옥은 자신이 가장 잘 알 터, 그 자리에 들어 선 다른 이의 안위를 염려하지 못한다면 심각하게 망가진 인간일 밖에. 나만 아니면 돼! 라는 말은 참 저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