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지구 - 기후재앙이 처음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긴박한 10년의 추적 기록
너새니얼 리치 지음, 김학영 옮김, 윤신영 해제 / 시공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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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관심이 가는 내용이라 언급한 책인데 이제 일독을 마쳤습니다르포르타주를 읽은 것도 오랜만이고 이렇게 충격적이고 분하고 속상한 내용도 드문 일입니다유일한 위안이란 시간을 이기는 거짓은 없다는 것일까요하지만 이런 종류의 은폐는 단지 과거에 발생한 사건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위기의 원인이자 미래마저 망치고 있습니다.

 

어렵지도 않은 과학적 통찰 이산화탄소를 지금 그대로 배출하면 지구가 뜨거워진다해야 할 일은 분명했습니다 ― 1907년 대 말부터 1980년 대 말까지 십 년 간대책을 세워 실행하면 되었을 일왜 하지 않았는지 저자가 그 내막을 들려줍니다.

 

“1979년부터 1989년까지 10년간 (...) 세계의 주요 강대국들이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한 구속력 있는 협의안을 지지하고 이에 서명하기까지그 어느 때보다 훨씬 더 가까이 이르렀다.”

 

지켜보자는 정책은 너무 늦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화석 연료를 멈추기 위한 세계적인 노력은 정확히 어떻게 이루어질까그 노력을 이끌 힘은 누가 갖고 있을까?”

 

우리가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면앨 고어가 말을 이었다모두가 피해자가 될 겁니다그리고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우리 모두가 악당이 되는 셈이기도 하고요라는 말은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했다.”

 

마침 오늘 6월 11일 G7정상회의가 열립니다미국캐나다프랑스독일이탈리아일본영국이 참가하고한국호주인도도 초청국으로 참가합니다공식적인 의제에는 기후변화한미일정상회담코로나바이러스 대응국제 여행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올 해 G7회의는 영국 콘월 지방에서 진행됩니다이곳의 텅빈 채석장을 환경 복합물로 재시공한 이든 프로젝트Eden Project 부지는 이견은 많았지만 인간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열심히 모아 지속가능하도록 애써 만든 곳입니다제가 유학하던 시절에도 프로젝트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일 때였습니다

 

대표들이 이 건축물을 보고 뭔가 생각을 바꾸리란 기대는 없지만, 중국이 아예 드러내놓고 2060년까지는 경제성장이 우선이다라고 발표하는 절망적인 현실에서 그래도 기후재앙을 늦추거나 막자는 목표와 방향 아래 합의를 이뤘으면 합니다.

 

우리 행성은 단 하나뿐입니다상원의원 버넷 존스턴이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이 행성을 망가뜨린다면 우리는 갈 곳이 없습니다.”


 

@bbcnews Nasa's Perseverance rover is celebrating 100 Martian days since landing data-on Mars. The robot is searching for signs that microbial life data-once lived data-on The Red Planet. Since touching down data-on 18 February, it has taken amazing pictures from around its landing site, an area called Jezero Crater.

 

지난주에 본 사진입니다화성에서 밭 갈고 있나 싶은 이 풍경에 다소 충격을 받았습니다이 정도로 낯설지 않다니 인간이 만든 것들이 머물 수 있다는 건 인간도 아마 머물 수 있다는 것일 터지구를 녹이는 후쿠시마 사고현장보다 화성을 누비는 일이 더 쉬운 일이었을 줄이야…….

 

뇌에 진통이 오는 듯했고 그 순간은 지구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오롯해졌습니다위의 인용문과는 달리 갈 곳이 있다고 찾지 못하면 만들면 된다는 자신감에 찬 이들이 어쩌면 과학계의 예산을 거둬 가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혼자만의 음모론을 상상해봅니다.

 

누가 인지부조화 상태를 경험하는지 헷갈리는 순간들이 많습니다다음 단계로 누가 편향 수집을 하며 확증편향 굳히기에 들어가는지도 헷갈립니다부정하기가 더 어려운 증거와 사실을 보여줘도 납득시킬 수 없는 이들은 많고도 많습니다그리고 그것이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근래에 알았습니다이너서클은 참 위험합니다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주변에 다 말이 통하는 이들만 있어 세상도 그런 줄.

 

자기 견해를 고수하기 위해 나름의 희생을 치뤘거나 그 견해로 나름의 이익을 얻은 이들은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기보다 가설을 추가해서 자기 의견을 강화하는 쪽을 선택한다고 합니다그쪽이 고통이 덜하니까나이 덕인지 그런 이들이 밉지는 않고 짠합니다그렇게 살지 말지…….

 

이런 이들이 두 그룹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해보면서로가 가설을 계속 보충해가며 끝없는 싸움을 이어갈 것이 자명합니다있어왔던 일이고 지금도 비일비재하고 어쩌면 없어지지 않을 일이겠지요해결을 위한 비책이나 지혜는…… 모르겠습니다안 보이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상황이 그렇게 끔찍한 것은 아니다틀림없이 현명하게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시간이 있을 것이다당연히 우리 손주 세대를 생각한다 등등하지만 과학적 예측들을 선별하거나, 50년 혹은 100년 뒤의 어느 시점에 온난화가 멈추리라고 가정하는 것은 한마디로 볼썽사납다탄소순환은 우리의 기회와 시간표를우리의 예측 가능한 미래를 고려하지 않는다.”

 

희망도 하면서 낙관주의처럼 보이는 대책 없는 유예와 변명에 대해서도 한 마디 거르지 않는 저자의 문장이 더욱 설득력 있는 현실을 실감하게 합니다나는 자꾸만 오늘 시작한 G7 일정과 내용이 궁금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립니다어쩌면 오래 전 태평스레 머물던 콘월이 더 그리운지도 모르겠습니다숨 막힐 듯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에서 부디 그에 걸맞은 합의들을 만들면 좋겠습니다만.

 

악당을 악당으로 영웅을 영웅으로 피해자를 피해자로 부르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 스스로를 공모자라고 고백하기그래야만 우리는 지구의 운명이 걸린 이 모든 이야기의 결말이 뜨거워지는 기온에 대한 지구라는 행성의 저항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걸결국에는 자기기만에 대한 우리 인간 종의 저항력에 달렸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

 

어떤 부류의 과학 학위를 자격으로 여기저기서 출현해서 지구의 회복탄력성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졸리나는 무성의한 패널들의 말 따위 더 듣고 싶지가 않습니다더운 여름엔 제발 출연을 자제해주시길 바랍니다더 덥습니다시청자도 지구도.

 

우리의 결정적 실수는 (...) 실패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았다.”



원제는 Losing, 한국어판은 '잃어버린' 입니다. 

어느 쪽이 현실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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