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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맛과 멋 - 와인에 녹아든 문화, 문화로 마시는 와인
박경래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6월
평점 :
약학과 교수가 저자인 와인책이라 혹시 화학원리를 다루는 책인가 했는데 와인 지식과 즐거움에 대해 빼곡하게 쓴 책이다. 31년간 교직 연구를 하시면서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15주 프로그램을 12학기 운영하고 계시다니! 나도 한번은 제대로 강의를 듣거나 아예! 소몰리에 과정을 수강해보고 싶다. 원래 의지가 빈약해서 기한, 시험 뭐 이런 외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열심히 하는 전형적인 입시세대인간이다.
열심히 하는 공부는 아니지만 매년 와인 관련 도서를 두서너 권씩 읽기는 한다. 시험을 볼 목적이 아니니 가급적이면 간명하게 잘 전달된 지식 정보가 담겨 있으면 좋다. 재밌게 잘 읽히면서 와인기반지식을 조금씩 늘려 주는 책이라면 감사하다.
대부분의 경우 편하게 즐길 가성비 좋은 와인들을 두고 요리에도 넣고 마시기도 하는 에브리데이 와인을 좋아하는 지라 와인의 유통에 큰 변화와 악재가 있었다는 판데믹 시절에도 별 영향을 안 받고 무사히 넘어가는 중이다. 뭐랄까... 이제는 조금은 벨 에뽀끄 시대의 문화가 되어버렸나 싶은 와인인지라 갈수록 조금씩 더 서글픈 기분으로 읽는다.
유사한 내용을 여러번 접한 부분들도 여전히 재미있다. 일단 포도 기르는 이야기니까. 역사가 9,000년 정도 되니까, 온갖 에피소드들은 와인의 강처럼 마를 날이 없다. 여전히 고고학자들도 밝혀 내지 못한 고대 인간 거주지의 포도씨의 정체도 궁금하고 재밌다. 이번 생에 결과를 들을 수 있으려나.
어쨌든 인간은 지구 어디엔가 최초의 포도나무를 심었다. 재배된 포도나무 씨앗 중 발견된 가장 오래된 것은 9,000년 전 이란 북부의 것이다. 동유럽, 중동지방의 이스라엘의 와인산업을 둘러보는 이 책은 마치 여행기처럼 흥미로운 안내를 해주는 내용들도 포함하고 있다. 비록 창업자는 보르도 포도원 소유주인 로췰드 남작이지만. 유데아 언덕, 심속 지역, 네게브 지역 - 무력 사막성 지역에서 포도를 경작한다 - 그리고 지중해 연안의 샤론 평원 등 지금은 가볼 수도 없는 지역에서 자라는 포도들을 상상해 본다.
알코올 강화 와인이라는 존재를 처음 알았다. 마셔볼 것 같지는 않다. 와인에 기반을 둔 다른 독주를 원한다면 이미 좋아하는 셰리나 그랍빠나 꼬냑이 있으니까. 모두 다 좋아하지만 마실 기회가 없…… 아니 엄청나게 노력과 절제를 해서 마시지 않으려 한다. 꼬냑 한 병씩 친구들과 모임 자리에서 즐겁게 비우던 젊었던 시절이 그립구나.
목차를 잘 살펴보시고 관심있는 내용들을 먼저 읽으셔도 좋다. 지치지 않는 독서법이고 책에 따라 훨씬 더 흥미로울 수도 있다.

지난달인가 모르는 부부가 와인 코너에서 와인에 대해 뜻밖에 질문을 하셔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맛을 추천하는 일은 전문가라고 거의 불가능한 일……. 뭐라 말씀 드리면 좋을지 몰라 마침 내 트롤리 안에 담은 와인들에 대해 짧은 설명을 드렸다. 뭔가 흡족하지 않은 표정이시라 조금 마음에 남았다. 하지만…… 전 판매만이 목적인 사원도 아니고 와인학 전공자도 아니니 막 적극적으로 추천 드리기가...... 어쩔 수가 없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