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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가 알려주는 가장 쉬운 미분 수업 - 미분부터 이해하면 수학공부가 즐거워진다
장지웅 지음, 김지혜 감수 / 미디어숲 / 2021년 6월
평점 :
제 경험 상 사람들에게 야유(?)를 받거나 따돌림(?)을 당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들 중에는 제가 학부에서 전공한 물리학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있고,
가장 빈번한 반응: 우우우~ 와아아~ 더 이상 말을 못하게 하는 야유입니다.
그보다 한층 높은 단계로 욕(?)을 먹거나 미움(?)을 받는 비교적 확실한 방법은 수학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하면서 ‘쉽다거나 재미있다’고 하는 발언입니다.
벌써 화가 나시나요? 자, 시작하겠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수학경시대회를 나갔는데 풀 수 없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참 재밌고 잘한다 뿌듯했던 기하학 문제가 충격이 컸습니다. 5학년 담임선생님은 바이올린을 전공한 분이시라 물어보았지만 미소를 전해 주실 뿐이었지요. 하굣길에 자주 떠올랐지만 다른 재미난 일들로 바빠 다행히 잊었습니다.
6학년 때 다시 수학경시대회에 참가했는데 풀 수 없었던 동일한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제 기억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지만, 당시엔 같은 문제라 확신했습니다. 후회가 막급이었지요. 2년 째 풀지 못한 문제라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수학전공 담임이시라 눈물이 머금고 질문했더니 적분을 배우면 구할 수 있는 면적이라고 하셨습니다. 그게 미적분을 만난 첫 순간이었습니다. 고민했던 시간이 다 바보 같이 - 정신질환을 비하할 의도는 없지만 당시 심정이 이랬습니다 ― 적분 공식으로 간단히 구해지는 면적.
그렇게 마법의 지팡이처럼 기하학의 면적 구하기를 우습게 만들어준 것이 적분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저는 적분을 싫어하거나 두려워하지는 않았습니다. 미분은 적분에 비해 한결 더 쉽고 간결하지요. 네, 마음껏 미워하십시오.
심지어 방정식과 미적분이 수학에서 가장 쉬운 파트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살아서 우리집 큰 꼬맹이는 정말 그렇다고 세뇌 상태입니다. 고등학생이 되면 수학이 쉬워지는 줄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분은 정말 그렇게 어려운 개념일까요? 적용할수록 차원이 낮아지고 간단해지는 답을 주는 데도요?
이 책은 수학교재나 부교재가 아니라 수학을 대학원에서 전공하고 현직 교사로 일하는 저자들의 협업물입니다. 미분 공부가 아니라 미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마! 하는 책입니다. 1993년 처음 만나 푹 빠졌던 베르나르의 책처럼 개미들도 등장합니다. 술술 읽힙니다.
“미분이라는 수학적 개념은 기본적으로 ‘변화’를 다룬다. 개울가를 흐르는 물의 흐름, 집 주변에 부는 바람의 움직임, 내가 사는 지역의 기온, 내가 던진 야구공의 궤적과 같이 대부분의 자연현상은 그야말로 단 한 순간도 그 상태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화하고 있다. 물의 흐름과 같은 유동 현상은 미분을 기반으로 만든 방정식으로 좀 더 일반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처럼 미분은 철저하게 수학적인 개념이지만 이를 기초로 자연현상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실제로 뉴턴의 운동방정식, 맥스웰의 전자기 법칙 등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위대한 법칙들은 모두 미분을 토대로 하고 있다. 한마디로 무엇인가 변화하는 대상이 있을 때 이를 수학적으로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가 ‘미분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