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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 부의 탄생, 부의 현재, 부의 미래, 개정판
하노 벡.우르반 바허.마르코 헤으만 지음, 강영옥 옮김 / 다산북스 / 2021년 4월
평점 :
이제 금리는 거의 투자 효용을 잃었고 근래에는 코인화폐 투자로 요란했습니다. 지인들 중에 엄청난 모험과 손해를 경험한 이가 없어 그나마 안심입니다. 5월 중에 그것 역시 거의 다 정리되었다고 하더군요.
100세 시대라는 점이 반갑지만은 않은 상황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60세 전후에 퇴직을 하면 남은 30-40년은 어떻게 살아야하는 건지 걱정이 되는 분들도 많으시지요. 부모님 세대의 문제에서 시간이 갈수록 제 문제로 더 바짝 다가오는 기분이 듭니다.
학자들 중에는 뉴노멀에 맞는 근본적 경제 개혁을 주장하는 이도 보이고, 그런 주장이 저자만이 아니라 독자인 제게도 더 이상 과격하게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현실이 더 급박하게 변하고 있고, 어쩌면 뭘 시도해보기도 전에 다 같이 망하게 될 지도 모르지요. 혹은 더 절망적인 상황이 오거나.
많은 분들이 대단한 생활비가 필요한 것도 아닌데 그마저 마음을 졸여야 하는 상황이 모욕적으로까지 느껴집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저 역시 무척 자주 들은 빚도 자산이다, 라고 하는 투자 방식이 있습니다. 뉴스 보도에는 레버리지 혹은 지렛대 효과라고도 불리는 그럴 듯한 경제 용어인데 실제로는 ‘갭투자’라는 괴이한 현상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역사상 가장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은, 그로 인해 결국 민족주의 사회주의 당 - 나찌 세력이 출현한 나라 - 독일의 학자가 쓴 내용입니다. 금융자본주의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작금의 실체는 어떠한지, 미래에는 어찌 될 것인지에 관한 진지한 설명입니다. 부의 연결고리와 경제원리, 인플레이션의 상관관계와 원리를 이해하고자 하면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저는 저 자신이나 주변에서 투자를 감행할 때 심리적 함정에 빠지는 일이 없었으면 하고 바라면서 읽었습니다. 하나의 정답은 없지만, 투자 당사자, 생활 여건, 시장 상황을 모두 살펴야 하는 것은 역시 기본입니다. 시도를 하더라도 부담이 적은, 가능한 여유자금으로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러면 또 이익이 충분하지 않아, 지인들을 봐도 이래저래 고민은 반복되는 듯합니다.
퇴직과 노후 대비가 개인의 설계와 투자에 배당되는 몫이 적으면 좋겠습니다. 국가나 사회가 위기나 위험부담이 적은 방식으로 - 국가나 사회가 망하지 않는 한 상환 능력은 늘 보장될 터이니 - 공동 투자와 이익 배분 구조를 더 튼튼하고 단단하게 할 수는 없는 일일까요. 사회적으로 공동체에 장기적으로 유의미한 일에 투자하고 소비와 세금으로 선순환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 방법이 좋아 보이는데, 그런 간단한 방법은 마치 직거래처럼 유통구조를 잘라 내기 때문에 반기지 않는 이들도 많겠지요.
판데믹 시절을 겪으며 국가 부채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면 인플레이션은 반드시 동반될 것입니다. 그 방법 말고는 엄청난 부채를 갚을 방법도 마땅치 않고 안타깝지만 그 방법이 가장 손 쉽고 매력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역사적으로 동일 목적으로 조장된 인플레이션에 대해 저자도 자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21세기 각 국가의 운영 세력들이 과연 도덕적으로 정치적으로 이전보다 더 윤리적인 해법을 찾아 국가 부채를 해결할지 미리 비관하지는 않겠습니다. 제가 상상할 수 있는 이상으로 고민하고 노력하는 분들이 많으실거라 믿습니다. 현실의 불안을 차분히 달래 주는 뜻밖의 위로 효과도 가진 무척 유익하고 진지한 세계 경제사입니다. 뽀족한 현실 타개법은 앞으로도 저는 못 배울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