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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평점 :
5월에 있을 북클럽 도서를 읽는 중에 이런 내용을 만났다.
“어떤 책이 가치가 있다는 것은 누군가가 그 책의 장점을 발견해서 책을 구입하고 또 나중에 가서는 ‘이 작가가 다음번에는 무슨 책을 낼지 궁금한데’라고 말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그게 바로 글쓰기고 또 출판이에요.”
이 기준에서 보자면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간을 나는 가장 궁금해 하며 살았다. 전작 <오베라는 남자>를 데굴데굴 구르듯 - 실제가 아니라 기분으로 - 웃으며 읽고 초조하게(?) 다음 작품을 기다렸다. 눈물이 난다. 6년 만이다. 전작을 재작년에 다시 읽기도 했다. 다짜고짜 전체적인 감상을 요약하자면, 엄청나게 재밌다!
이율배반적인 것들끼리 일부러 짝을 지은 것처럼 딱 붙어서 온갖 풍경을 자아내고 삶고 사람도 혼란스럽게 한다. 현실이라면 기운이 몽땅 빠졌을 법한데 다행히 소설이라 견딜만하다. 끔찍하지만 절망적이지도 않고, 슬픔이 진하지만 몹시 웃기고,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혼란스럽지만 품위를 잃지도 포기하지도 않고, 울다 웃다 하다 보면 아까운 이야기가 다 끝나버린다. 🥺😭
“진실은 무엇일까? 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복잡한 경우가 거의 없다. 우리가 진실이 복잡하길 바라는 이유는 먼저 간파했을 때 남들보다 똑똑한 사람이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다리와 바보들과 인질극과 오픈하우스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실 여러 편의 사랑 이야기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520/pimg_7391901682954619.jpg)
엄청나게 어설픈 은행강도가 등장한다. 현금 없는 은행을 털러 가는 것부터가 참! 은행에 현금이 없으면 은행원에게라도 돈을 내놓으란 말 한 마디 못하고 당황하다 겁을 먹고 도망을 간다. 달아난 곳에 여덟 명이 있는 바람에(?) 인질범이 되어 버린다. 어설픈 범인과 엉망진창인 인질범들……. 이런 저런 척을 하며 살다가 저지른 실수들과 오해들과 때로는 거짓말들을 자신들의 상처로 안고 불안하게 살아가던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다.
“당신도 자기 자신을 좀 존중해주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은행 강도로 성공할 수 있겠어요? 항상 남들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대로 하면 되겠느냐고요.” (...) “잠금장치 쏴서 부숴요, 좋은 말로 할 때!”
“(...) 제발요. 나는 아무 계획도 없어요. 생각을 좀 해야 해요. 이럴 줄은 몰랐거든요.”
“뭐가요?” 로는 물었다.
“인생요.” 은행 강도는 코를 훌쩍였다.
“자자, 이렇게 된 거 자기소개나 합시다! 여기 복면 쓴 친구는 이름이 뭐예요?”
“저기... 저한테 그런 걸 물어보시면 곤란한데요.”
기막히게 남의 속내를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작가로 인해 혼란스럽다. 유사 경험이라도 한 것인지, 몽땅 상상한 것인지. 뭐가 되었든 최고로 재밌고 마음이 뜨끔거리는 통찰임에는 분명하다. 평생을 ‘인간 연구’만 한 괴짜 같은 작가이다. 절대 안 먹는 메뉴인데 너무 웃다 정신이 몽롱해서 따라 시킬 뻔 했다.
“꼭대기 층에 있는 인질인데요, 여기 하와이안 피자 좀 갖다 주세요.”
뭘 옮겨 적든 확실한 스포일러가 되는데도 참지 못하고 몇 구절 적었다. 수백 배나 되는 더 재미난 상황들과 대화들이 있고 어쩌면 갑자기 마음이 찡 울리면서 눈물이 차오를 이해와 공감 가득한 작가가 작정한 문장들도 있다. 번역임에도 불구하고 빈 틈 없이 작동하는 스토리는 기적이다.
“최악의 인질이야. 당신들은 역대 최악의 인질이야.”
그리고 뭘 막 숨겨둔 것들이 있다. 책 읽다 뒤통수를 맞고도 진심으로 웃는 멍청이가 되어 한껏 즐길 수 있다. 이 정도로 재미있으면 상관없다.덕분에 적어도 이번 주말이 끝날 때까지는 우울할 수 없을(?) 듯하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남은 올 해 친구들 생일 선물은 모두 이 책이다.
6년 만에 만났는데...... 다 읽어 버렸다...
다음 작품은 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