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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오가니즘 - 디지털 생태계의 거대한 지각변동
올리버 러켓.마이클 J. 케이시 지음, 한정훈 옮김 / 책세상 / 2021년 3월
평점 :
“소셜미디어를 통해 언론 산업은 새롭고 거대한 진화론적 도약을 이룬다. 나는 그것이 구텐베르크의 인쇄술만큼이나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목을 보고 살짝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오래 전 사회유기체론에 대한 논박을 벌이는 학회 분위기에 발만 담갔다가 미처 정리를 못하고 멀어진 경험 때문이었다. 사회적으로 - 실제적으로는 관심 있는 몇 명의 학자들만 - 합의한 정의, 분석, 비판, 평가들이 내게도 얼마나 오랜 세월 유의미하게 활용될지는 모를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제목처럼 이 책에서 다루는 소셜 오가니즘은 19세기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이 정의한 ‘사회는 하나의 생명체, 사람들은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상호 작용을 한다’라는 기본 개념을 수용한다.
20년 정도의 시간을 거치며 소셜미디어가 면모한 모습은 가치 천지개벽 수준이다. 지금은 매순간 전 세계 사람들이 이른바 실시간 소통을 하고, 해시태그로 사회운동을 진행시키기도 한다. 온라인에서의 움직임이 먼저 시작되고 오프라인으로 확장되는 순서도 어색함이 없다.
“소셜미디어는 우리가 정보를 공유하고 사용하는 방법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사업을 조직하고, 정치적 결정을 내리고, 유대감을 쌓고, 서로의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영원히 바꿔 놓았다.”
인간이 활용하는 매체로서만 활발히 기능한다고 보았다면 굳이 유기체로까지 표현하지 않아도 무방했을 것이다. 저자가 보기에는 개인이 생성하는 정보가 유기체의 세포와 같다고 비유한다. 즉 세포 증식과 번식 기능처럼, 소셜미디어의 정보가 유사한 방식으로 증식하고 사멸한다고 보는 것이다. 더구나 속도의 가속화가 엄청 나서 지금은 매우 복잡한 유기체로 이미 진화했다고 판단한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런 평가는 지금도 데이터가 쌓이고 갱신되고 있으며, 소셜미디어의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 - 이용자 혹은 정보 생산자의 여러 의도가 더 촘촘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본다.
이런 나로서도 현직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선동해 자국의 의회를 총기로 점령하고 발포한 사태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건국 이래 가장 수치스러운 역사일진대, 왜 아직 처벌 관련 소식이 없는지. 이제까지의 모든 이슬람 테러 위협을 다 집어 삼키고도 능가할 테러가 아니었나. 극악한 위선!
저자는 소셜미디어에 대한 너무 많은 통제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지만, 나는 좀 더 절망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더구나 저자의 입장대로 이미 복잡한 유기체로 진화했다면. 물론 에너지원이 끊어지면 모두 중단될 것이지만. 에너지 복구가 되면 가장 먼저 정상가동될 것 역시 소셜미디어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어쨌든 그렇다고 근원적인 회의나 거부 말고 가능한 건강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야한다. 다른 모든 인류의 문제들처럼. 자정하고 망가지고 재정립하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의 검열 기능은 경험상 만족스럽진 않지만 - 신고된 계정 처리에 비해 폭발적으로 등록되는 스팸의 수가 더 많은 것일 터이지만, 비유하자면, 늘 살인을 일삼아온 인류에게는 여전히 “살인하지 말라”라는 종교적, 사회적, 법적으로 합의된 규칙이 필요하다. 살인을 완전히 중단시키기 못한다고 해도 말이다.
모든 새로운 것은 기존의 것의 복제품일 수밖에 없다는 것에 오래 전부터 동의한 나는 소셜미디어 역시 현실 사회의 모든 문제를 경험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여러 영역에서의 불평등은 뚜렷하다.
가끔 소셜미디어 사용을 중단해 보기도 했지만, 판데믹 시절 나는 거의 매일 접속을 한다. 오래 못 만난 이들, 어쩌면 더 오래 못 만날 이들을 만날 세상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최대한 건전하게 사용하려 애쓸 것이다. 투덜거리는 메모 수준의 일기와 편협한 독서감상문이 뭐 그리 큰 해악을 끼치리라고 기대(?)하긴 어렵기도 하다.
소셜미디어의 유용성과 의미가 사적으로 커지는 시절, 잠시 가만히 내 행태를 점검해보는 좋은 시간이 되어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