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17명의 의사들 - 장기이식부터 백신까지 세상을 구한 놀라운 이야기
황건 지음 / 다른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를 바꿀 정도라면 최초의 무엇을 성취해야겠지요그리고 최초의 무엇에 대한 정답을 구하려면 정확한 과학적 상상력과 더불어 정확한 질문이 필요합니다이 책을 읽으며 각각의 분야들에서 최초의 발견을 하고 역사를 바꾸고 수많은 이들을 구한 이들의 질문이 제일 궁금하고 재미있었습니다질문들만 모아 필사해보니 역사가 진화하는 분기점들을 기록한 것으로도 보입니다.

 

최초와 역사라고 하면 아주 오래전 일인 듯하지만충격적이게도 그렇지도 않습니다오히려 얼마나 최근까지 심지어는 현재에도 밝혀지지 않았거나 오도되거나 왜곡된 의학상식들이 많은지 놀라게 됩니다. 열심히 시청한 적은 없지만 21세기의 쇼닥터들의 폐해도 심각하다고 합니다그들은 실제로 의학면허를 가진 상업모델이 정체라는 신랄한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잠시 그런 현실은 두고 역사 속에서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고결한 정신과 실천과 의지의 정수를 보여준 우리 자신도 더불어 고양되는 기분이 드는존경할 수 있는 분들을 만나는 일은 유쾌하고 즐거웠습니다이 책의 부제처럼 놀라운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제목을 기억하세요. 총 17명입니다.

 

판데믹으로 손씻기가 더욱 중요해졌지요예전에도 열심히 잘 씻으라고 아이들은 유치원 때부터 배우기도 했지만 지금처럼 모두가 손씻기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때는 처음인 듯합니다이 책에서는 바로 손을 씻으면 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언제어디서누가어떻게 발견하게 되었는지를 알려 줍니다.

 

19세기 중반까지도 병원에서 출산 후 산욕열로 죽는 산모가 4명 중 1명 꼴이었다니 무척 놀랍습니다도대체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출산으로 사망했을까요오스트리아 빈 종합병원 산부인과 의사인 제멜바이스는 시체를 만진 의사들이 보이지 않는 입자를 손에 묻혀 와 산모들에게 옮긴다는 가설을 세우고해부실에서 분만실로 가는 의사들에게 염소 처리된 석회 용액으로 손과 장비를 소독할 것을 부탁했습니다.

 

그 결과 사망률이 6%나 떨어졌습니다. ‘위생과 소독이라는 개념을 의학계에 처음 알린 분입니다.


의사 이그나즈 제멜바이스(1818~1865)

 

제멜바이스는 시신에서 산모로 옮겨 가는 보이지 않는 입자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그 입자의 정체는 그가 죽고 한참이나 지난 1880년대에 이르러서야 파스퇴르에 의해 세균으로 밝혀졌다이로써 그의 주장이 뒤늦게나마 인정받게 되었다세균소독법을 처음 시행한 의사 조지프 리스터도 제멜바이스와 같은 결론을 내리며 그의 업적을 인정했다감염 예방법까지 제시한 제멜바이스의 논문은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육안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한 상태에서도 무엇인가 분명히 매개체가 있다는 정확한 상상을 한 것이 참 놀랍습니다현재 우리의 일상에서도 손씻기가 질병 예방을 위한 일이란 상식은 이 분을 통해 시작되어 정착된 것입니다시절이 이런지라 무척 감사하고 중요하게 느껴진 내용입니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 20세기 초까지 혈액형이라는 개념이 없었다고 합니다다 알고 계셨나요저만 몰랐...... 그런데 또 수혈로 목숨을 살리려는 시도는 했기 때문에 바로 그 이유로 수많은 환자가 죽었습니다그래서 파리의 의사회는 마침내 수혈 실험 금지령을 내렸고 무려 150년 동안 수혈은 금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누군가가 최초로 혈액형을 처음으로 분류했겠지요당시 병리해부학 연구소에서 일하던 카를 란트슈타이너라는 의사입니다실험 도중 여러 사람의 피를 섞으니 엉겨 붙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여러 번의 실험을 통해 항상 엉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았습니다열심히 고민하다 질문히 생겼겠지요혹시 혈액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반응이 아닐까.’


오스트리아의 병리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

 

정보와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수많은 실험을 거쳐 사람의 혈액형을 A, B, C로 분류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C형은 이후에 O형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1902년 제자인 알프레드 폰 데카스텔로와 아들리아노 스털 리가 AB형이라는 또 하나의 혈액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분류가 힘든 작업인 것은 경우의 수 때문입니다계산으로 경우의 수를 맞히는 것도 아니고 실험을 통해 실제 혈액을 구분해야 하다니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옵니다란트슈타이너는 깨어 있는 시간의 90%를 연구에 전념했다고 합니다. 364편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10년 동안 부검한 시신은 총 3,639구입니다.



가히 인류의 운명을 바꾼 이 중요한 업적은 30년이 지나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합니다수혈에 대한 공포와 거부감이 엄청났기 때문입니다놀라운 일은 Rh- Rh+ 인자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는데이 외에도 적혈구 항원의 종류는 수백 종 이상이고 지금껏 밝혀진 혈액형의 종류도 수백 가지나 된다고 합니다. 비록 공로는 늦게 인정받았지만 혈액형의 발견으로 10억 명 이상의 생명을 구했다니 외과의 구세주라는 그의 명예로운 호칭이 무척 잘 어울립니다.

 

인간의 기대수명은 100세에 접근하고 있고 요즘은 특히나 의료진들의 노고로 이만큼 안전하게 살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 시절입니다. 5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하신 의사이자 시인인 저자가 쓴 글이라 의사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러운 어조도 들려줍니다감동이 더 많고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본인의 직업이라 안일하게 준비하신 것도 아닌 듯이해를 돕고 흥미를 높이는 인물 사진과 그림의료도구 등의 사진들이 충분히 제공되고 의료 기술에 대한 어려운 설명이 없이 잘 읽힙니다의료 지식에 대해 잘 알고 싶다고 욕심을 내어 본적도 없지만상식으로 알고 있다고 생각한저자에 따르면 착각하는 내용들을 200쪽이라는 간출한 분량으로 재밌게 살펴 볼 수 있어 좋습니다. 15분 더 계십니다. 책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관심 가는 내용부터 읽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혹 읽게 되심 즐거운 경험이시길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