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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카의 여행
헤더 모리스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21년 4월
평점 :
얼마 전 읽은 홀로코스트 생존자 역시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이었다.
이번 작품의 실카 역시 그러하다.
인간이 만든 현실의 지옥, 강제수용소를 나오는 것만이
목표이자 끝이자 새로운 시작일거라 생각했는데,
실카는 스파이로 의심 받아 15년 형을 받고 시베리아의 강제수용소로 이송된다.
그 장면이 시작되자 미칠 듯이 갑갑한 감정이 올라왔다.
“살아남기 위해서 일했습니다.”
“살아남는 일이요.”
미칠 듯이 버거운 무게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단어, 생존.
시궁창에 빠져 본 적은 없지만 인간이 저지른 이 현실은
오물구덩이보다 더 더럽고 추악했음이 분명하다.
실카는 그곳에서 살아 나왔다.
뮌헨에 사는 친구를 방문했을 때
역사유적지 찾아가듯 나치수용소를 방문하고
설명을 들었을 때는 ‘사건’을 이해하려 열심히 노력했을 뿐이었다.
생존자의 이야기는…… 마음 여기저기에 여러 번 통증을 느끼며 읽었다.
“그녀도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중이야, (...) 그것 말고는 달리 생각할 길이 없다.”
원인이 된 적도
원했던 적도
선택한 적도 없는 환경과 관계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갖 억울한 말과 행동을 견뎌야 했던 삶.
16살이 어느 날 태생을 죄목으로 수용소로 끌려갔는데,
살아남았다고 15년형 유죄를 선고 받았다.
어쩌란 말인가,
자결이라도 하란 건가.
“저는 그저 살고 싶었어요.”
“우리에겐 둘 중 하나밖에 없었어. 살아남거나 죽거나.”
어떤 이유로든 사람들을 이리저리 죽일 생각만 하는 인간들 틈에서
실카는 늘 누군가를 지켜야겠다고 결심한다.
기타, 조시 그리고 알렉산드로.
화가 나는대도 엄청난 무게의 슬픔이 동시에 느껴졌다.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건 분투를 하는 와중에도 피할 수 없었던 수치심과 분노.
춥고 배고픈 건 그저 일상이다.
읽을수록 이런 추악하고 끔찍한 역사를 만든 인간들이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분노는 우리가 무력할 때 느끼는 감정이야.”
현실이란 삶이란 언제 그렇지 않은 적이 한번이냐 있냐고
춥지도 배고프지도 않은 이들은 대단한 통찰인 것처럼 말하지만,
이렇게 순도 높은 부조리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현실 속에서
실카가 쥐어짜낸 용기와 강인함은 순수하게 경이롭다.
극한의 상황은 일상이어야 할 평범한 단어들을 눈물겹게 격상시킨다.
생존, 동료, 사랑, 미래.
판데믹 쯤이야...... 나도 좀 더 아등바등 애써보고 이 다음 불평불만을 터트려야겠다.
감사와 품위를 너무 자주 그리고 쉽게 잊지는 말자.
“살아남는 일, 실카, 그게 당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에요.”
“라이히 르샬롬(평화가 있기를).”
“르하임(우리의 인생을 위하여).”
...................
! 어쩌다 후속작을 먼저 읽게 되었다.
실카는 전작 <아우슈비츠의 문신가>에 먼저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