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4
제인 오스틴 지음, 류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Jane Austen. Pride and Prejudice. First edition. London: T. Egerton, 1813. 

(On loan from a private collection)

 

 

“You never get a second chance to make a first impression,”

 

오만과 편견을 잊어버리고 읽어 보라는 김영하 작가의 조언을 듣고다시 읽어 보았다번역본으로 읽는 것도 처음분량이 꽤 되는 것도 처음 알았다.

 

관계의 성격이 무엇이든 인간관계란 해당 관계에 들어간 시간의 양에 비례하는 일이 많다마음 가는 데 시간 쓴다는 말은 진리이다.

 

이 소설에서 제인 오스틴은 즉각적으로 가진 첫인상이 이런 관계 수립에 어떤 요인으로 작용하는 지를 섬세하게 묘사하였다계급이 분명하고 형식이 중요하고 발음만으로 수많은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영국의 상황이라면 더구나 한 눈에’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이 중요했을 것이다.

 

19세기 영국인들이 평가하던 가치들과 태도가 서사적으로 반영되어 있고첫인상에 기초한 의견들문화적 맥락들인물 특성화인물의 언설 방식 등이 소설의 주제를 끌어가는 구성품들이다편견이 먼저가 아니라 최초의 편견을 야기하는 것이 인물들의 첫인상이다.

 

오만과 편견은 주인공 엘리자베스가 어울리기고 결정한 사람들에 대해 그가 어떤 첫인상을 가지느냐에 따라 전개되는 이야기 구조이다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누군가에 대한 자신의 전반적인 의견을 첫인상에 기초했다는 점을 선명하고도 반복적으로 알 수 있다

 

우리 모두의 경험 상첫인상이란 정확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다소설에서도 두 가지 경우가 모두 등장한다.

 

주인공들 역시 각자가 가진 첫인상들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갈등과 괴로움을 겪어야했다첫인상이란 어떤 진화 과정을 속속들이 거친 인간의 생존 무기일지 모르겠으나 무척 강력한 도구이다아주 지극한 겸손과 진실한 사랑 정도는 되어야 첫인상들을 흐리게 만들거나 상황을 고쳐볼 수 있다.

 

때론 직감이라 부르는 이 능력은 인간이 경험한 내용만큼 다양한 프로세스를 거쳐 마치 즉각적인 인상처럼 보이는 종합판단기능일 것이다.

 

나는 사실 첫인상을 믿는 편이다경험 상 다들 칭찬하는 나는 모르는 누군가에 대해서도 첫인상에 꺼려져는 경우가 간혹 있었는데 시간이 흐른 후 깜짝 놀랄만한 인격적 배반에 준하는 사건이 있기도 했다유쾌한 결과는 결코 아니다지인들이 마음 상하는 모습을 봐야하는 경우도 있으니.

 

어쨌든 완전히 의존하지는 않으려 하나 첫인상을 농담처럼 의심하지도 않는다어쩔 수 없다오랜 세월 실증적인 데이터가 자꾸 쌓이는 지라.

 

가장 기쁜 일은 첫인상이 별로였으나 완전히 틀린 판단이었고 운이 좋아 참 좋은 이와 친해지는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