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오늘 하루 어떠셨어요? - 유쾌한 창진쌤의 교단일기
최창진 지음 / 밥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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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교사로 성장하는 2가지 비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록과 공유입니다.”

 

어릴 적 젊을 적에는 기억에 대한 자신감이 근거 없이도 굉장해서누가 내 말을 옮길 적에도 옆에서 가만 듣다가, “나는 그런 어휘를 사용하지 않아내가 한 말이 아니야.” 뭐 이렇게 의심 없이 이견을 제시하기도 했고 적중률은 아주 높았다.

 

그러다 삶이 확장된 탓인지뇌에 노화가 오기 시작한 건지집중력이 떨어진 것인지어쨌든 기억력에 자신감이 떨어지는 기분이 매일 더 확실해졌다거의 모든 것을 책에 의존하는 버릇이라 이것저것 뒤적거려보니놀랍게도 기억력이란 원래 신뢰할 수 없는 내 편이었다.

 

정서적 생생함과 실제 사건의 사실성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도 하고 우리 뇌는 정보 처리하는 방식이 단순화대략화끼워 맞추기의 달인이었다그렇지 않으면 판단 자체가 불가능할 만큼 인간의 오감을 통해 뇌에 전달되는 신호량은 어마어마하다뇌는 너무 바빠서 모든 사실을 기억으로 기록할 여력이 없었다.

 

그러니, ‘기록은 작성자 본인이 솔직하게 기록할 수만 있다면 거의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기억법이다.

 

교실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되지만에너지가 감당이 될 때만 권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중략교단일기가 학급 운영의 주요 매체도 된다고 했을 때사실 글쓰기 자체만으로도 저는 아주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천재의 기억보다 바보의 기록이 정확하다는 말처럼 형식이나 내용에 제한을 두지 않고 꾸준히 기록해나간다는 마음으로 모든 교사가 쓰면 좋겠습니다중략좋은 교사는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지만더 좋은 교사는 배우는 것을 좋아합니다.”

 

교단일기를 쓰다 보니 내가 자주 사용하는 말과 행동이 눈에 들어왔다중략내가 어떤 사람이고어떤 교사인지 그제야 조금 감이 잡혔다그 공통점을 하나로 묶으니 나의 정체성이 되었고 앞으로는 이 세상에서 나만 할 수 있는 경험과 생각을 쓰고 싶어졌다.”



가능하면 표지를 제외한 내지는 올리지 않으려 하는데이 페이지는 포스팅에 기록해 두고 싶었다차후에 문제가 되면 빼면 된다는 대담한 기분이 들게 기분 좋은 웃음 때문이다.

 

세상엔 기사거리가 되는 나쁜 사람들보다 좋은 사람들이 비교할 수 없게 많다는 걸 알면서도 불안한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특히 우리 집 초4, 3이 작년 한 해를 거의 학교 밖에서 지내다 다시 학교로 돌아간 3월에는그리고 여러 이유로 특정 교과목이 싫어지는 수순을 내비치는 경우에 불안은 현실이 된다.

 

수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 다 알 도리도 없고여전히 서로가 마스크 안의 표정을 읽지 못하며 지내는 관계 맺기가 학교라고 수월할 리는 없을 것이다사실 교과목 공부는 큰일은 아니다비교적 선택지가 여러 개인 대체방법이 있는 문제이다문제는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것들인데 누구도 쉽다는 사람이 없는 문제이니꾸준히 세심히 지켜볼 밖에일단은.

 

최창진 선생님의 교단 일기를 읽는 내내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이 평범한 일상의 빛나는 장면에 사람들이 주목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이런 교사의 이야기가 더 널리 읽혀서 나쁜 교사들이 부담스러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나쁜 교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학부모의 민원이 아니라 내 옆의 좋은 교사들이니까그들의 노력에 주목하는 사회가 될수록 나쁜 교사들의 무능이 선명히 드러날 테니까.”

 

최창진 선생님의 따듯한 시선과 매일의 노력이 더 널리 더 많은 이들에게 읽히기를 바란다그래서 학교 현장 곳곳에서 최창진 선생님처럼 빛나는 교실 이야기를 만들어 가시는 모든 선생님의 일상이 더 많이 기록되어 학교를 신뢰하는 학부모님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잠시 교직에 있었지만 내 학생들은 선생님을 의지할 어른으로 따르는 나이는 이미 아니었다살갑지도 으쌰으쌰도 못하는 나로서는사귀던 이에게조차 언제까지나 친절한 타인으로 느껴진다는 지독한 평을 들은 적도 있는 나로서는전면적인 존재로 만나 한 시절을 나눠 산 사람이라고는 느껴지지 못했을 것이다극적인 감동은 없었지만 무례나 상처도 없었던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대략 시시하고 심심한 인간이었을 텐데도 몇 년간 진심으로 초대해주고 안부를 물어보던 그 맑은 마음들이 생각나 미안하고 감사하다.

 

사람들이 만나는 일은 지식정보를 나누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굉장한 일이다. 제각각의 우주들이 다가와 막 부딪치며 웅장한 소리를 내는 것 같다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냐고 누가 묻는다면어쩌면 이 책의 저자처럼 오래꾸준히다정한 모습으로 학생들 곁에 머물고도 싶다.

 

꼬맹이들에 대한 걱정과 염려 때문에 불안과 의심이 증식하려던 마음을 다 잡고 차분해졌다. 게다가 뜻밖에 글쓰기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불문곡직 감사한 책읽기였다.

 

내가 교실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꼭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행동이 바로 학생들의 이름 불러주기.”

 

학생의 컨디션이 제일 좋으면 손가락 다섯 개를 펼치며 ‘5’라고 외치고 반대로 나쁘면 손가락 한 개를 보이며 ‘1’이라고 말하면 된다.”

 

말은 힘이 있어서 자꾸 말하다 보면 어느새 행동으로 이어진다.”

 

바쁠수록 나를 위한 글을 써야 한다. 그래서 나를 찾고진짜 내 모습으로 교실에서 생활하셨으면 좋겠다그리고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다교사가 행복해야 학생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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