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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강경수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평점 :
야생동물들이 ‘또’ 도심에 출몰했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 없이 사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뉴스 보도의 현란하고 역동적인 동영상 화면에 무척 공감하며 정신없이 보다 보면 사람들 놀랐겠다, 그런 생각으로 결론이 나지요.
단일종으로 78억을 넘긴 인류는 매일 지구의 자원들을 먹어 치우고 있습니다. 배고프지 않을 만큼 필요할 만큼만 먹는 것도 아니고 낭비가 아주 심합니다.
계속 낭비할 수 있도록 지구 표면을 열심히 깎아 온갖 작물들을 경작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자연산의 풍미를 즐기기 위해 얼마 남지 않은 야생동물들의 서식지에 들어가 온갖 것들을 캐내옵니다.
그래서 겨울을 날 식량이 부족해지고 새끼들을 먹여 기를 식량이 부족해진 야생동물들이 밭작물을 먹거나 도심으로 내려오면, 욕해서 쫓거나 죽입니다. 일일이 대처하는 일이 번거롭고 위험도 따르니 예방을 위해 기간을 정해 적극적으로 사냥을 나가서 일가족을 몰살시키기도 합니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린다는 보도도 경고도 북극곰의 서식지가 줄어든다는 걱정도 최근이 아닙니다. 서글프게도 장담하건대 정확한 조사를 한 적은 없지만 빙하가 다 녹고 북극곰이 바다에 빠져 모두 죽어도 그게 뭐 별일이냐고 할 인구수가 더 많았습니다.
조사가 없었는데 어떻게 아냐고 묻고 싶으시지요. 충분히 많은 이들이 문제 삼았다면, 북극 빙하만이 아니라 히말라야 만년설, 알래스카 빙하, 그린란드 빙하가 녹아내리고, 남극 대륙 기온 상승이 일어날리 없으니까요.
북극곰은 동족 사냥을 시작했고 남극 펭귄은 진흙에 빠져 허우적댑니다. 2020년 여름 2개월 동안 관측 결과 그린란드 빙하는 6000여 톤이 녹았습니다. 땅 속에 갇혔던 탄소들이 바다로 흘러내려와 태평양 바다의 탄소 농도와 염도가 올라갔습니다. 당연히 해양생물들도 재난을 맞았겠지요.
물론 탄소만 재등장한 것이 아니라 인류가 만나 보지 못한 그래서 면역력이 없는 바이러스나 세균들도 엄청나게 퍼지고 있을 것입니다. 신종코비드19가 인류의 최종악당보스면 참 좋겠습니다만…….
표지 그림을 알아보고…… 차마 말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쓰레기통에 오기까지의 과정, 이후에 겪을 일들이 말릴 수도 없이 주르륵 지나갔습니다.
몰라서 못하는 그래서 속상한 일들도 참 많은데 다 알아도 바꿀 수 없는 일들은 또 왜 이렇게 많을까요.
"고작 한 줌의 흙을 몸에 발랐을 뿐인데 자신에게 돌을 던지던 인간들이 먹을 것을 주었습니다."
"저 곰을 쫓아 주게! 영원히 이곳에 얼씬도 못하게! 북극곰은 언제나 말썽이야."
"녀석도 이번에 혼났으니 사람들 곁으로 안 올 겁니다. 영원히……."
언제나 말썽인 존재는 누구인지,
영원히 사라질 존재는 누구인지,
누가 더 빨리 사라질지,
...
이제는 누구도 정확히 모를 일입니다.
이 책은 기후위기 혹은 기후재앙의 상황에서 북극곰의 처지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반응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를 다 읽으면 아이들은 북극곰이 불쌍해서 마음 아파하고 어른들은 사람사는 일의 부끄러운 모습들에 참담한 심정이 됩니다.
어떻게 하면 인간은 그럴듯한 것, 보고 싶은 거짓에 열광하는 태도를 바꿀 수 있을까요?
사실을 직시하고 문제 해결에 다 함께 노력할 수 있는 방법(들)은 무엇일까요?
아이들과는 환경문제와 기후위기에 대해 어떤 대화를 나누면 좋을까요?
텀블러, 에코백, 다회용물건, 채식레시피북, 친환경제품, 유기농식품……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데 다른 무엇을 가장 먼저 실천하면 좋을까요?
우리가 정말 원하는 미래란 가장 솔직하게 말해보면 어떤 모습일까요?
정답과 희망은 어디쯤에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