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보단 이후에 ‘농장’이란 사업 명으로 운영되지만 실은 공장식 축산업에서 이루어지는 축산 동물들의 임신과 출산 과정을 알게 되어 거대한 충격을 받았다. 잔혹하게 분업화된 공정 - 생물의 기능이 철저히 분업화되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임신 출산이 정해진 일정에 따라 의학적이고 기계적으로 이루어진다. 평생 임신 출산만 반복하는 역할이 있고, 그렇게 태어난 동물들은 성별에 따라 수명도 정확히 정해져 있다. 좀 더 살다가 육류로 가공되거나 바로 산 채로 죽임을 당해 사료가 되는 경우로 나뉘어진다.
소설에서 인간이 직접 육류로 소비되거나 사료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어쨌든 이 베이비 팜은 주문 계약에 따라 인간 아기를 만드는 공장이다. 등록 사업명은 ‘골든 오스트 농장.’ 임신출산에 육체를 제공하는 이들은 ‘호스트(참으로 기만적인 이름이다)’라 불리며, 당연히 ‘비밀유지계약서와 기타 등등의 계약서들’이 요구되고, 외출도 외부인과의 접촉도 불가하다.
작가인 조앤 라모스는 필리핀에서 출생하여 6세 때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자이다. 라모스는 미국에서 무엇을 느끼고 보고 생각하며 살았을까……, 소설의 시작은 필리핀 출신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미국으로 일하러 온 여성 노동자로서의 그들의 혹독한 삶은 어째서 그들이 그 농장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지를 담백하게 설득한다. 이 일을 하는 여성들이 왜 있냐고 물으면 가장 상식적인 답변은 ‘돈’ 아니겠는가. 단, 이 농장에 필리핀 여성들만 호스트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백인 여성들도 있으며 이유는 같다. 그들 모두는 번호로 불린다.
마치 최고급 리조트처럼 운영이 되지만, 호스트를 위해 준비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의사, 간호사, 영양사, 마사지사, 트레이너, 코디네이터들은 축산공장의 전문가들처럼, 육류를 소비하는 인간을 위해 동물들을 관리하는 것처럼, 돈을 지불하고 아기를 구매할 고객들을 위해 호스트들을 관리하고 감시한다. 어쨌든 매월 받는 돈에, 건강한 아기를 무사히 출산하면 거액의 보너스를 보장받는다.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전개될 거라 예상할 수도 있지만, 이 소설은 주로 4명의 캐릭터들이 각각의 1인칭 시점으로 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마도 결론 부분에서 이들의 대한 이야기가 추가되며 뭔가 폭로나 실마리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게도 된다. 아주 자극적으로 아기 매매와 임신출산공장에 대한 이야기들만 집중해서 펼쳐지는 이야기라고 상상할 수도 있겠지만 읽고 나니, 이는 캐릭터 각자의 현실을 통해 미국 사회에 만연한 차별 - 인종, 성별, 국적, 가난으로 인한 몇 중의 차별에 대한 이야기들 -을 진하게 느끼게 하는 장치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뒤로 갈수록 임신, 출산, 육아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 가까워진다.
충분히 흥미롭고 몰입도 뛰어나고 전개가 매끄러운, 기대보다 많은 이슈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