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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항아리야 ㅣ 고래책빵 그림동화 12
권은정 지음, 이혜원 그림 / 고래책빵 / 2020년 10월
평점 :
지난 달 김환기 화백에 관한 책을 읽다가 화백이 달항아리를 몹시 사랑하여 자신의 작품에 등장시켰다는 사실을 배웠다. 화백의 달항아리는 촘촘한 점들로 구현되어 나는 화백에 대한 팬 심으로 달항아리에 대해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찾아보게 되었다.
참 기분 좋게 예쁘다.
신철 작가의 방산백자
새로 알게 된 얼굴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친구를 보듯 그렇게 한참을 보기만 해도 좋다. 이런 시절이 아니라면 전시회를 찾아가서 양감을 느껴 보고도 싶고 같이 살고 싶은 달항아리를 만나면 과소비?를 한번 저질러보고도 싶다. 소원을 빌 수 있는 대상이 집에 있으면 참 든든할 것도 같다.
이렇게 말끔하게 생긴 달항아리는 꽃가지나 하나 꽂아두면 폼 날 것 같은데, 놀랍게도 우리 민족은 달항아리에 오랜 세월 김치와 젓갈을 담아 보관했다고 한다. 괜스레 락앤락이 초라해 보이도록 기품 있는 저장 용기이다.
왕가나 사대부가의 전시용품이 아니라 많은 이들의 평범한 일상과 아주 밀접했던 항아리, 어쩌면 김화백이 그리워한 것은 항아리와 더불어 그 속에 담긴 맛난 것들과 고향에서의 일상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의문이지만 내가 문화에 대해 절망적이게 무지한 건지, 아니면 이토록이나 전통과 문화는 단절이 철저했고 복원이 더뎠는지 모를 일이다.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지만 이제야 알게 되어 안타깝기도 하다.
그 달항아리가 주인공인 동화이다. 300년 역사를 속삭이듯 들려준다. 해당 장면 마다 역사의 현장을 찍은 사진인 듯 색색의 감정이 스며들어 있다. 아픔, 기쁨, 힘듦, 괴로움.
사람들이나 달항아리나 외국으로 팔려가기도 하고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전쟁 통에 죽거나 부서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 모든 세월을 사죄도 화해도 구원도 없이 골동품 가게 구석에서 먼지 쌓인 채 잊혀 가기도 했다.
소원빌기를 하지 않고, 달에 간 인간들이 희토류를 경쟁적으로 채굴하기 위한 전쟁을 벌이는 광경이 자꾸 떠올라 보름달을 찾아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은 지 꽤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