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간호사의 30일
김효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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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까진 완전히 낯설었던 새로운 단어, ‘태움’, 학습량도 근무량도 무시무시하지만 동종이나 유사업종에서 주목도 대우도 받지 못할 뿐더러 여러 몰상식하고 폭력적인 일들까지 겪어야하는 직업이 간호사였다니.

 

당시 통계로도 한국 사회에 간호 인력 10만 명 충원이 필요하다고 해서 도대체 의료체계가 붕괴되지 않고 어떻게 유지될 수 있었는지 황당하기 그지없던 기억이 난다그야말로 현행 인력들을 갈아 넣어 소모시키는 시스템의 잔인함이 숫자로 표현되니 끔찍했다당사자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을 두지 않아 지금은 얼마나 상황이 개선되었는지 모르겠다.

 

지난달에는 코로나 확진 환자를 치료하는 어느 국립의료원에서 간호사가 5명밖에 없어 2교대 근무가 너무 힘들다고 제발 2명만 더 충원해달라고 하는 행정과장의 울음 섞인 다큐멘터리를 보았다병상이 수백 개인데아무리 위기상황예외적 상황이라 하더라도 뭔가 심각하게 잘못된 시스템이지 않나.



초천재 의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짜릿한 퍼즐을 풀 듯 흥미진진한 의학드라마 닥터 하우스 를 한 때 찬탄하며 열심히 보았다가만 반추해보니 분명이 등장했을 간호사들이 아무도 기억나지 않는다편견이란 것은 참으로 대단해서 보려고 하는 것보고 싶은 것아는 것이 아니면 많은 것들을 열 외로비가시적인 대상으로 아주 손쉽게 선별 구분해 버린다.

 

그러나 멈추면 당장 불편해지고 급기야 재앙이 닥칠 꼭 필요한 일들을 비는 시간 없이 하며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수많은 직업들과 종사자들 일선최전선의 의료진들소방관들 등등 상세 목록은 한없이 길어질 것이다 은 더 많이 보이고 들리고 요구 조건들이 수용되어야 한다.



퇴사하고 싶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하루는 환자에게 이제 퇴사하실게요라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

 

간호사는 병원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한 모델이 아니라 환자의 치료를 돕는 의료인이다.

 

한번 터진 욕설은 폭포처럼 계속되었으나 나는 묵묵히 채혈을 한다.

뭐 이런 일이야 허다하니 항상 듣고 넘기지만 오늘따라 더 속상했다.

 

친구와 가족과 친척이 의료직에 종사한다다들 고집쟁이라 응급의학과심장외과 의사로그리고 응급구조사였다가 이 책의 저자처럼 권역응급센터에서 근무한다지난 세월 만날 때마다 들을 이야기도 많지만힘든 이야기아픈 이야기 보다는 함께 웃을 수 있는가만히 생각하게 하는 일들을 늘려준다그래서 지루하고 의미 없고 보람 없는 여타의 많은 직업보다 좋은 점이 있다는 그런 무신경한 말을 하기도 했다.



이렇듯 누구나 하는 일이지만 가장 힘든 자신만의 전투를 매일 치르며 견디고 또 견디는 것이 살아가는 일인데어째 나이가 들어도 현명해지기는커녕 유치찬란하게 자꾸만 이런 저런 구분을 지으려 한다저자의 글에서 내 지인들의 목소리를 겹쳐 들으며 이 책을 읽었다그런 황망한 매일에도 말끔한 드로잉과 담담한 글을 채워나가는 시간을 마련했다는 점에 부끄럽고 감탄했다매일 절박한 누군가를 도우면서도 저자는 이런 질문을 한다그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었을까?’

 

마지막으로 뜻밖에 부록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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