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연을 느끼기, 자연을 이해하기 - 자연과 함께하기 위한 첫걸음
김종성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9월
평점 :
이 책은 전공 두 분야를 통합 연구한 전공서적 같은 내용이 아니면서도 공학과 인문학으로 모두 분류되는 점이 우선 특이했다. 저자의 이력에 영향을 받은 분류가 아닌가 싶다. 공학 전공, 유학 후 환경 관련 연구, 현재 환경연구소 운영, 그리고 자연생태에 관한 이야기를 알리고자 하는 관심. 독자인 내가 흩어놓은 이력과도 유사한 점이 있어 저자가 전하려는 이야기가 좀 더 궁금했다.
환경에 관한 연구는 - 일천한 경험에 기인해 조금 언급해보자면 - 한 분야의 이야기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복잡다단한 원인들로 발생하여 현대에 영향이 집약된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인류가 만지작거린 거의 모든 분야들이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물리적 경계도 이론적 경계도 우선 없다 생각하고 가능한 한 통합적 사고로 접근하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때론 사고의 저변을 뒤집어 보려는 철학적 사색부터 효능을 입증 가능한 신기술까지 바삐 살펴야 그나마 설득력 있는 논의가 진행될 수 있기도 하다.
제목만 봐서는 멈추지 않는 회전목마를 타는 것처럼 도무지 파악이 잘 되지 않아 고생했던 고대의 자연철학과 근대 이후의 과학철학으로 이어지는 내용일까 살짝 멈칫거리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의외로 자연에 대한 철학적이고 비종교적인 탐구는 고대에서 기원하고 있고, 자연 현상에 대한 모든 설명과 시도들은 근대 과학적 탐구로 연계된다. 그러니 그 분량이란!
자연과학을 전공한 후 눈먼 과학의 위험성에 경도당해 철학을 전공하면서, 철학사와 과학사를 동시에 읽어 나가는 일은 흥미롭고 재미난 일이면서도 고달팠다. 아리스토텔레스, 뉴턴, 갈릴레오 그리고 이후의 수리물리학자들의 이야기는 과학의 언어인 수학을 다시 철학의 언어인 문자로 번역하는 과정을 요구했다.
한편으로는 통시적 관점에서 인류사를 보는 작업을 통해서 개별 인물이나 단편 사건들을 아무리 철저히 연구해도 그 의미를 다 알 수 없었던 한계들을 비로소 말끔히 해결해주는 유쾌한 경험도 선물 받았다. 그리고 다시 꽤나 지난한 시간이 흐른 후, 더 이상 문학과 과학과 철학 등의 과목 구분이 그다지 유의미하지 않게 받아들여지자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독일 관념론자였던 괴테가 문학과 철학만이 아니라 과학으로서의 빛이론을 탐구한 일이나, 실제 자연 세계와 관념적 구성으로서의 이분법적인 자연 개념이 왜 탄생했는지 혹은 탄생해야만 했는지 그 필요를 이해할 수 있기도 했다.
음…… 텍스트 자체와의 관련이 옅은 이런 넋두리 같은 이야기를 오래하는 것은 저자의 저술 의도를 완벽하게 벗어나는 일이 될 수도 있어 이만하려 한다. 왜냐하면 저자가 간절히 의도하고 바란 것은 과학과 철학적 기반 위에 자연을 경험하고 이해하란 지침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인문학적 감성으로 자연을 느끼고 이해해보자는 것이다.
개별 감성과 개별 관찰자가 존재하니 그 경험의 결과 역시 당연히 모두 다를 것이고, 저자는 그 점을 잘 알고 충분히 다양한 명저들과 텍스트들을 소개해 두었다.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은 이런 책은 마음에 드는 내용들을 더 열심히 읽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참 반갑고 감사하다.


어린 시절엔 부모님이 주말에 산사나 계곡이나 바다로 데려가 주셔도 지루하기만 했다. 나중에 헤겔의 미학을 읽다 보니 인간은 인간 세상에서 고난을 경험한 후에야 자연에 대한 제대로 된 감상과 감사가 가능하다고 적혀 있었다. 감수성이 잘 발달된 이들은 굳이 이런 과정 없이도 자연을 느끼고 이해하고 감사할 텐데, 어쨌든 난 그 정도로 상당히 무뎠다.
그러다 학문으로서의 환경학과 환경철학을 전공하게 되고 자연에 대한 애정과 경험이 부족한 상태로 계산만 정확히 해서는 공부든 일상이든 제대로 할 수 없겠단 자각이 들었다. 유학 시절엔 일부러 볕이 제일 좋은 시간대에 숲 길 산책을 다니곤 했는데, 희한한 것이 귀국해서도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장면과 시간과 향기와 소리는 바로 그 산책시간들이었다.







아스팔트 키즈로 태어나 자라 여전히 도시에서 살고 있지만 코로나 시절을 살면서 자연을 착취에 가까운 이용만 한 대가를 이제 받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깊어진다. 이전과는 다른 습관, 일상, 삶을 향해 나아가야 할 텐데 계기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걸 새삼 느낀다.
나는 기후의 영향을 꽤 강렬하게 받고 사는 편이다. 그러니 일어나 처음 올려다본 하늘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는 것이 하루를 시작하는 중요한 의식이다. 선호하는 날씨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산책 나간 공원에 매번 사람들이 가득 가득한 모습을 보면, 너도나도 캠핑을 떠난다는 소식들을 듣다 보면, 가끔은 그 모든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집 밖으로 나와야만 하는 우리 모두에게 좀 더 깊은 숨쉬기가 필요한 이유들과 고단함이 물리적 실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부디 모두들 무사하시길, 건강하시길, 가능하면 크게 웃는 일이 자주 있으시길!
“생명의 원천인 자연을 가까이 하지 않으면 점점 인간성이 고갈되고 인간의 감성이 녹슨다. 그래서 박제된 인간, 숨 쉬는 미라가 되어간다.” 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