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2호 인플루언서 인문 잡지 한편 2
민음사 편집부 엮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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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잡지 한편에 대한 소식과 글들에 대한 호평을 듣고 읽기는 했지만 통합인문학에 대한 지식도 독해 능력도 부족하다는 생각에 인문학 잡지 한 권 읽기가 무척 오래 걸립니다 한 권을 다 읽어볼까구독할까하는 생각은 접어 두었다그러다 반갑고 감사하게 민음사에서 혹 읽어볼 생각이 있지 않냐,고 문의해 주셔서 감사히 기회를 받아 읽게 되었다.

 

통합 인문학이라는 기획 의도에 걸맞게 다양한 분야의 저자들 인플루언서들 -이 참여하였다잡지 팀장영화평론가연구원전문의료인학자사회활동가들과문하여 낯선 분도 있고 성함과 활동이 익숙한 분들도 있다인간과 인간 세상을 다루는 각 분야 인문학자들은 어쩌면 이렇게 모여서 함께 이야기를 들려주고 소통을 하는 방식이 가장 어울리는 것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다이 글들도 각각의 주제를 가지고 완결되지만읽다 보면 영향을 미치는 요인사회에 끼친 그 영향들의 분석제공자들의 의도활용되는 사회구조 분석 등이 큰 화면처럼 보인다.

 

개인에 따라 반응이 다 다르기 마련이지만나는 내가 부탁하지 않은 조언도 불편하다고 느끼는 편이다잔소리는 물론이고간혹 친절함에서 비롯된 설명조차 늘 반갑지는 않다꼭 듣고 싶어 정중히 부탁한 경우에 상대방이 적절한 조언과 설명을 제공해 준다면 무척 감사한 일이지만한국 사회는 목소리가 크고 일종의 사명감이 넘치는 기운 찬 분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남의 시간과 공간에 끼어들어 심지어 지식체계와 정신구조를 바꾸려는 행동을 하는 사건들이 꽤 발생한다그런 경험을 여러 번 하고 나면 조심성이 증가해서 잘 피하거나 거절하는 방법도 늘기 마련인데어쨌든 의도와 계기가 무엇이든 이보다 더 강력하게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 모음이라 어떻게 읽을까 긴장이 되기도 했다.

 

인플루언서라는 말이 언제부터 통용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인류사에서 늘 다른 이들에게혹은 다수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이들은 존재했으며이는 대부분 설득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그런 점에서 나는 대개 처음에는 저항을 강하게 느끼는 편이지만일관적으로 들을 만한 의견을 지속해서 전하는 이들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지는 않는다단 거북할 정도로 감정에 호소하거나 사생활을 구매해달라고 하는 노골적인 구애는 사절이다또한 명백히 선동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 자체에는 위협을 느끼고 즉각적인 거부감이 든다히틀러 이후로 독일사회의 지식인들은 대중연설에 대한 깊고 뚜렷한 거부감이 있으며그런 행사는 열리지도 않는다.

 

예전에 꼭 강연을 듣고 싶어 학회에서 열심히 부탁드린 독일 철학자 한 분도 수천명이 입장 가능한 대강당 홀에서 하는 강연에 대한 놀라움과 거부감으로 끝내 거절했으며이유들 중 하나는 자신이 비행기를 타고 한국까지 가서 하는 강연의 가치가 대기오염에 가담하는 행위보다 가치가 없다,란 이유였다가히 실천철학을 실천하는 이론과 일상의 괴리가 크지 않은 학자였다고 오래 섭섭하기도 존경스럽기도 하였다.

 

인플루언서의 등장과 세력화는 소통의 문제와 관련이 깊다고 생각한다문맹률이 아주 높던 시절 유럽인들은 글도 말도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성당으로 가서 미사를 보았다.’ 아주 가끔 현대인들 중에도 미사를 본다란 표현을 쓰는 경우가 있어 그럴 때마다 아직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건가 쓸데없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어쨌든 활자와 교육의 보급이 보편화되기 전 인플루언서들은 분명 극소수의 엘리트집단이었다그 세월은 아주 길어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든 아날로그적 방식의 출판과 미디어에서 인플루언서들은 여전히 소수였으며생산자와 소비자는 아주 확실하게 나뉘어 있었다.


그에 비해 SNS는 누구나 생산자가 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고 바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긍정/부정적 측면들은 어느 것에나 있지만나로서는 적어도 사실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에서잘못된 정보가 끈질기게 확인되지 않고 유통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그 부분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란다예전에 전혀 사실 무근인 정보가 유행을 타고 돌아다니는데사실이 아니라고 열심히 알리려다 지쳐 그만둔 씁쓸한 기억이 있다이런 환경에서는 인플루언서의 탄생과 소멸 수명이 예측 불가능하게 다양해지고간혹 안타까운 점은 더욱 영향을 널리 주고받았으면 좋겠다 싶은 콘텐츠들도 빛을 못보고 묻히는 일이다피드백이나 댓글공유 등 또한 이미 인플루언서인 독자들이 관심을 두는지의 여부가 또 다른 유행과 영향을 만들어내느냐 아니냐로 연결되는 숨 가쁘고 경쟁이 심한 환경임에는 틀림없다.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어 적극적으로 도전하고픈 분들주제와 무관하게 이미 인플루언서인 분들혹은 인플루언서들이 제공하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상호소통을 위한 구독 결정에 대한 고민이 있는 분들이 읽게 되면 더 생생하고 재미난 이야기들이 나올 듯하다.

 

산만한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적어본 것이라 잡지에 누가 되는 건 아닌지 심란하다외모처럼 가독성과 실물감이 좋고 지치지 않을 짧은 분량의 글들이논문처럼 무겁지 않으면서도 진지하게 쓰여 있다. 1호는 미처 못 읽었지만앞으로 이어진 흥미롭고 시의적절한 주제의 글들이 어떤 멋진 그림을 그려줄까 기대되는 사랑스러운 잡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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