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론 - 우리 활 바르게 쏘는 법
장언식 지음, 안대영 옮김, 이윤치 해설 / 지식과감성#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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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넷플릭스 한국드라마 ‘킹덤2’를 보고 인터뷰 내용을 찾아보다가, 사료에 충실히 따르자면 다들 활을 들고 좀비와 싸웠어야 했으나, 화면에 담기에는 칼을 휘두르는 편이 그림이 좋아서 그렇게 설정했다는 내용을 들었다. 물론 우리 민족도 칼을 허리에 차기는 했으나 활쏘기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하려고 칼을 허리 뒤로 돌려 매달았다는 것, 그러니 그동안 우리가 늘 보아왔던 칼 차기는 일본 사무라이식이라는 것이다.


 

드라마 제작자는 알지만 화면을 위해서 소품을 달리했다니 이해할만하고 다행이다. 하지만 나는 문득 광화문 광장에서 짝퉁 논란을 온 몸에 맞으며 서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이 떠올랐다. 뜬금없이 왼손잡이가 된, 그나마 쥐고 있는 칼이 일본도, 입고 있는 갑옷은 중국갑옷, 얼굴 모습은 표준영정과 다른 조각가 본인의 얼굴, 눕혀져 있는 독전고. 고증 능력이 못 미쳤다면 더 조사하고 노력하면 될 일이나 이렇게까지 참담할 만큼 엉터리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싶다.


 

다시 활로 돌아와서...... 다른 동물들보다 현저히 체력이 야간 인간이 사냥감을 잡기 위해서는 가능한 멀리 떨어져 자신의 안전을 확보한 다음 확실히 겨냥 가능한 활이 생각할수록 내게는 가장 그럴 듯한 무기였을 듯하다. 창이나 칼은 그야말로 육박전이라 체력과 체격을 어지간히 키우지 않고서야, 혹은 비슷한 인간끼리의 전투가 아니고서야 생존을 위한 사냥에는 위험이 크고 별 쓸모도 없었을 듯하다.


 

열심히 고증 자료를 찾아본 것은 아니라 대부분 주워들고 생각한 내 짐작일 뿐이지만, 어쩌면 활은 그렇게 가장 먼저 ‘기술’로 발전하고 학습되고 확산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다 사시사철 전쟁 중이 아니라면 평시에는 체력과 정신력을 단련하는 ‘무예’로 철학과 가치가 덧붙여지고 그 역시 중요하게 학습되어 전승되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경험이 없고 아마 한국에서 초중고 학내 활동으로 지정해서 ‘활쏘기’를 무예로 가르치는 곳도 없지 싶다. 뜻밖에 나는 일본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친구를 통해, 중학교에 궁예부가 있어 아이가 등록했다는 소식을 몇 해 전 들었다. 올림픽 양궁처럼 점수내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전통복장을 하고 다 같이 과녁 앞에 서서 잡념을 없애고 정신을 집중하는 훈련이 대부분이라고 하니, 우리나라의 전통무예로서 전설로만 들어오던 이야기가 일본에서 현실이 되어 있는 기분이 들었다.


 

예비역으로서 사격에 꽤나 자신감을 보이는 제부 덕분에 우리 가족은 사격 체험을 해보았고, 그러다 우연히 활쏘기 체험, 양궁 체험, 국궁 체험까지 해보았다. 크게 재미가 없었던 사격은 제외하고, ^^ 활쏘기 체험은 해보신 분들은 그 기분을 아시겠지만, 적어도 우리 가족에게는 정말 재미있고 중독을 불러일으키는 종목이었다. 한강 활쏘기 체험으로 시작해서 문화센터 활쏘기 체험, 무려 활쏘기 증강현실 체험도 했다. 국궁은 온 가족이 좌절감만 체험했기에 다시 도전할 지는 의문이지만, 양궁은 배울 기회가 있다면 정식 등록을 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은 코로나가 일상을 모두 강제하기 전 <전쟁기념관> 1층에서 예전 활들을 구경하고 체험한 것이 마지막 활쏘기의 추억이 되었다.


 

물론 사적 체험은 이 책에서 알리고자 하는 ‘무예’로서의 활쏘기와는 거리가 멀지만, 익숙하지 않은 전통을 부활시키는 가장 영리한 방법은 재미있게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활쏘기가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여러 해 전 영화 <최종병기 활>도 뒤늦게 가족이 모여 보았다. 아이들은 예전 사람들은 활을 정말 잘 쏘았다고 감탄했지만 음...... 배우들의 노고는 차치하고 액션들이 심하게 낯설다.


 

어쨌든 우리 민족이 활을 잘 쏘았고, 전투에서 활을 중요한 무기로 활용하여 전과를 거두었고, 그에 관한 이야기들도 전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고구려를 세운 고주몽, 살수대첩의 을지문덕 장군, 당태종을 물리친 양만춘 장군, 거란을 물리친 고려의 강감찬 장군, 왜적을 물리친 조선의 이순신 장군 등은 물론이고 일제의 침략에 맞선 항일 의병장과 의병들 까지. 그리고 임금들 역시 활쏘기를 평소에 단련의 수단으로 익혔다고 한다.


 

이쯤 되면 활쏘기는 단순한 무기 취급에서 더 나아가 정신과 마음가짐을 담기 마련이었을 터이다. 그리고 이 내용을 좀 더 자세하고 깊이 있게 이야기해 주는 것이 이 책 <정사론> - 올바르게 활을 쏘는 법을 논함 - 이다. 조선시대 조정에서는 매년 대사례를 하고, 각 고을에서는 향사례를 했다고 하니, 이는 연 중 큰 행사이며 이를 준비하기위해 거의 매일 단련을 한다는 말이기도 하니, 그야말로 국민스포츠와 축제였을 듯하다.


 

더 나아가 활 속에 담긴 이치, 철학, 수련법 등의 내용이 풍부해서 단지 활 쏘는 체험이 즐거운 우리 가족과 같은 분들만이 아니라 민족문화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도 유익한 내용일 것이다. 한 가지, 미리 마음을 다 잡아야 할 것은 원저자 장언식 장군이 원전 한문과, 유학 경전과 역사서를 풍부하게 인용하고 계시니, 번역하고 주해하신 내용이 친절하고 섬세하지만 논문에 준하는 진지함은 독자가 잘 감당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마치 전설처럼 전해진 이랬다더라 저랬다더라하는 단절된 우리 역사의 한 분야의 파편들을 튼튼한 한 줄로 엮어준 것 같은 이 책을 읽게 되어 정신사가 단정해진 좋은 기분이 든다.


 

“천하를 다스리는 도는 과녁을 쏘아 이를 밝히는 것이며 이를 이어받아 쓰는 것이다.”


“治天下之道(치천하지도)는 曰(왈) 侯而明之(후이명지)하며 承之庸之(승지용지)”


서경


 


“천하에 위엄을 세우는 도는 나무를 구부려 활을 만들고 나무를 깎아 화살을 만드는 것으로 한다.”


“威天下之道(위천하지도)는 曰(왈) 弦木爲弧(현목위호)하고 剡木爲矢(염목위시)”


주역


 

드디어 오늘, 2020년 4월 15일 대한민국총선투표일입니다. 사전 투표한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오늘 결정을 굳히고 투표하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지요.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자주 실감하고 행사할 수 있는 일이 드문지라 더욱 떨리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늘 투표 때마다 많이 떨리고 조금은 서글프고 그렇습니다. 



투표하러 가시는 길, 하시는 동안, 오시는 길 모두 안전하고 무탈하시길 바랍니다. 



앞으로의 4년만이 아니라 어쩌면 더 오랜 미래를 결정할 지도 모르는, 우리 모두가 직접 행동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투표를 포기하지 마시고 할 수 있으신 분들은 기운 내셔서 잘 다녀와 주시길 응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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