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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 ㅣ 스토리콜렉터 79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한시라도 빨리 이 집에서 떠나는 게 좋아. 그리고 집 뒤로 펼쳐진 사사 숲에는 절대로 가면 안 돼!
다른 시리즈를 읽지 않아서 캐릭터들이 어떤 느낌인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유마’는 애틋할 정도로 어린 나이에 비해 감이 좋고 논리적이다. 아이답게 철없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점에서 기특하다기보다는 가여운 마음이 먼저 든다. 하지만 그런 내 느낌과는 별개로 유마 캐릭터는 내가 내민 손이 민망할 정도로 적어도 나보다 몇 배는 강한 캐릭터이다.
폐소공포증이 있어 동굴탐험은 꿈도 꾸지 않는 나로서는 유마가 나무 굴속에서 벌이는 추격전 장면에서 숨 가쁨과 폐소공포증이 숨 가쁜 느낌이 생생할 정도로 들려왔다. 독자로서의 내가 그 폐쇄된 공간에서 공포에 질려 있는 와중에 주인공은 성장하고 변화하여 충분히 현실적이지만 기대 이상으로 흥미로운 결말로 나아간다.
항상 묘하게 으스스했다. 휑뎅그렁해서 어쩐지 오싹했다...... 우리 가족 외에 또 누가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예전부터 귀신은 무섭지 않았다.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까. 살면서 제일 무서운 건 역시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에서도 타인이 이해할 수 없는 어쩌면 본인도 스스로 알 수 없는 사람의 복잡한 심리와 계산이 낳은 공포가 한 밤의 어둠보다 깊다. 이 소설도 얼핏 집이라는 ‘공간’이 사건의 배경으로서 강력한 역할을 할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지만,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집보다는 집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관계가 더 중요하고 주인공 유마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변칙적인 요소들로 작용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런 영향들을 모두 그러모아 유마는 자신의 자아를 확립하게 되는데, 문화의 탓인지 작가의 의도적인 구성인지 주로 남성 캐릭터들에만 집중되고 여성캐릭터들의 존재는 배경 처리인 듯 수동적이다.
아버지가 쓰고 싶었던 건 순문학이었다. 지금도 순문학이 무엇인지 유마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짐작컨대 관능소설은 여기 포함되지 않을 터였다.
첫 번째 남성캐릭터인 친아버지 세토 마사오. 추구했던 순문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의문사로 사망한다. 관능소설을 쓰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일만은 담당했으나 실패한 인생에 가깝다. 유마에게는 창의적인 직업을 가졌던 아버지로서 동경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존재이다.
소설을 써서 아내와 자식을 먹여 살릴 수 있다면 훌륭한 직업이라 할 수 있지. 반대로 그러지 못하면 아무리 창조적인 일이라 해도 직업이라 할 수 없어.
두 번째 새아버지 세토 도모히데. 무역회사 중역으로 성공한 인물의 예이지만,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고 본인을 자랑스러워하며 유마의 친부를 폄하하고 유마와 어머니 관계를 악화시키는 역할이다. ‘혈육, 친자식’에 애정과 집착이 있음을 숨기지 않는 성격으로 유마를 진심으로 가족으로 여기지는 않는 듯하며 장기 출장에 임신한 아내만을 데려가는 경악스러운 결정을 내린다.
잘된 일 아니냐. 발음은 똑같지만, 우리 성씨에는 ‘처세’라는 뜻도 있거든. 너도 장차 처세에 능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야.
세 번째 삼촌 세토 도모노리. 실질적 관계를 맺지 못한 두 사람의 아버지들과 달리 유마가 적극적으로 따르는 남성 어른이다. 하지만 허세가 가득한 전형적인 기회주의자로서 사기꾼의 기질도 많은 듯하다. 의부와 친형제이지만 소위 말하는 인생에서 실패한 형편이고 의외로 유마는 그의 실패한 처세에서 배워서 성공하게 되니 어쩌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랄 수 있다.
미처 읽지 않은 작가의 전작들에는 악령에 씌어 꼭두각시가 된 심성이 나약한 인간들이 등장한다고 한다. [마가]를 읽고 나면 그 소설들은 전혀 무섭지 않을 듯도 하다. 이 소설에서는 귀신에게 이용당하기는커녕 귀신을 악용하는 짓들을 자행하는 귀신보다 섬뜩하고 잔인한 인간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기적인 인간은 욕심이 많고 혹은 욕심이 많은 인간은 이기적이고 짜증스럽게도 나쁜 머리가 발달했지만 다행이 끝까지 완벽하진 못하고 실수를 해서 범죄를 들키게 된다. 그 과정에서 희생된 아이들을 생각하니 소설이라지만 참……. 가독성이 좋아서 별 불만이 없었는데 마지막 반전 “헉!” 덕분에 손발이 시리고 뒷목이 서늘하다. 독특하고 흥미롭고 지루할 틈 없는 소설이다.
여기는 유마가 알고 있는, 이른바 자연의 숲이 아니었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았다는 의미에서는 완전한 자연 상태지만 또 한편으로는 강렬한 원시성이 느껴졌다. 인간의 존재 따윈 애초에 인정하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로 가득했다. 유마가 아는 숲과는 명백히 다른 공간이었다. 이계, 다시 말해 ‘여기가 아닌, 어딘가 다른 세계’에 성급하게 발을 들이고 말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200